MAIN ISSUE | PART 4
가슴 뛰는 사랑, 메타버스 안에 있다!
XITY No.0 예비창간호
2023.03.02
사람 간의 만남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소개팅 앱이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앱이 틴더(Tinder)인데, 메타버스 진출을 대놓고 밝혔고, 중국에서는 솔챗(Soul-Chat)도 출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는 메타버스 데이팅은 AI에서 VR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사랑에도 새로운 판타지를 이끌 전망이다.
| 사진 셔터스톡
男과 女 변치 않는 만남
최근 기사를 보면 결혼하지 않는 미혼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많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비율은 1990년 6.8%에서 2020년 42.5%까지 상승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결혼을 대하는 관점까지 이유는 다양하다. 그렇다고 젊은 남녀들이 만남 자체를 꺼리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크로스미디어 내용에 따르면 국내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순 이용자 수는 2021년 89만 4,000명에서 2022년 100만 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혼 비율이 높아진다지만 남녀 간의 만남 자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인다.
소개팅 문화도 그렇다. 소개팅 혹은 주선의 역사는 오래됐다. 고려시대에는 조혼 풍속이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중매인이 있었다. 어찌보면 춘향전의 방자도 같은 역할이다. 과거 역사 속에서 소개 문화가 자리 잡아온 셈인데, 지금의 데이팅 애플리케이션도 그 맥락은 다르지 않다. 외모, 직업, 키 등 여러 특성을 다수에게 공개하고 선택한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남녀 간의 만남을 연결한다는 큰 축은 변함없다.
재미있는 점은 소개팅 방식의 변화다. 이전에는 나의 지인이 다른 지인을 직접 소개해주는 방식이었다면 근래는 가상현실에서도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소개팅 앱 대표 업체인 틴더(Tinder)도 현재는 영업상 어려움으로 계획을 보류하긴 했지만, 2021년 차세대 소개팅 포멧으로 메타버스를 제시했다. 틴더는 이성의 사진을 스와이프해서 관심(Like)을 보이는 방식으로 유명한 데이팅 앱이다. 그 밖에 중국에서는 이미 메타버스 기반 데이팅 앱이 출시되었다. 솔챗(Soul-Chat)은 한때 3,2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남미의 카카오톡이라 불리는 아자르를 만들어낸 하이퍼커넥트도 슬라이드 싱글타운이라는 메타버스 소개팅 앱을 출시했다.
솔챗은 중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소개팅 앱으로 한때 3,2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무엇이 그들을 메타버스로 이끌었을까
이렇듯 많은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이 메타버스 생태계로 진입하고 있는데 무엇이 다르기에 사용자들은 이 앱들을 선택하는 걸까. 기존 소개팅 앱들은 대체로 사용방식이 비슷하다.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담고 취미, 관심사 등을 공유한다. 그럼에도 대문을 장식하는 것은 역시나 사용자의 사진과 기타 신상정보다. 소개팅 앱들은 처음 회원가입 시 사용자의 생년월일, 거주지와 같은 기본 신상정보를 수집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장이나 학교 같은 사회적인 정보도 요구한다. 그다음 사진을 업로드하는데, 운영자들은 사진을 보고 얼굴이 충분히 드러나 있으면 승낙해주고, 너무 어둡거나 본인 외모가 아닌 사진을 사용하는 등 입증이 어렵다면 승인을 거부하기도 한다.
사용자들 또한 여기에 익숙하다. 처음 앱을 통해 만나는 사람이다 보니 외모를 먼저 보게 된다. 여러 사용 후기를 보면 취향이 갖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대다수는 외모를 중요시 한다. 당장 틴더의 경우도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스와이프(좌우 넘김)해서 ‘Like(선호)’와 ‘Unlike(비선호)’를 결정한다. 그만큼 현재 통용되는 대부분의 소개팅 앱들은 운영자 입장에서도, 사용자 입장에서도 노출되는 외모를 무시할 수 없다.
한데 메타버스 소개팅 앱들은 다르다. 물론 완전히 외모와 배경에 대한 노출을 버릴 수는 없지만 기존 소개팅 앱들과는 차별점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국내 싱글타운과 중국의 솔챗 모두 처음 회원가입부터 사용자의 신상정보를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가입을 위한 기본 절차와 생년월일이 전부. 그다음부터는 사용자의 취향을 묻는 질문이나 성격 등을 통해 새로운 분류체계를 제공한다. 중국 솔챗은 플래닛(Planet, 행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사용자가 가입 시 자신은 어떤 유형의 친구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등 MBTI(성격유형별검사) 문항과 같은 질문에 답하게 된다. 그러면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플래닛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논리적이면서 몽상가형이 강한 사람에게는 전능자의 별이라는 행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것이 메타버스 소개팅 앱에서 보이는 사용자의 푯말이 된다. 같은 플래닛끼리 대화창이 개설되기도 한다.
또 다른 특징은 외모에 대한 노출이다. 싱글타운은 여러 아바타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자신의 캐릭터를 설정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아바타의 남녀 선택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심지어 고양이, 강아지, 곰과 같은 동물 아바타도 선택할 수 있다. 그만큼 외모에 대한 노출이 낮다. 프로필 사진을 게시할 수는 있지만 기존 소개팅 앱처럼 꼭 외모를 밝힐 필요는 없다. 솔챗도 검은 머리에서 노랑머리, 핑크색 머리까지 여러 아바타 중에서 캐릭터를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조금 더 돈을 투자하면 아바타를 꾸밀 수도 있다. 그나마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두 앱 모두 목소리에 대한 노출 환경이 높다는 점이다. 솔챗은 채팅보다 목소리 대화 창구가 많은 편이고, 싱글타운도 텍스트 타입의 대화보다는 목소리 기반 대화에 더욱 무게를 둔다.
결과적으로 메타버스 소개팅 앱이 가지는 차별점은 실제 사용자가 갖고 있는 태생적 혹은 사회적 배경보다는 개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에 더욱 집중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내심 자신의 내면만을 바라봐주기를 원하는 듯하다. 모든 배경이나 외모에서 벗어나 평등하게 말이다. 메타(META)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갖고 있는데 왜 그 이름을 호라이즌(Horizon, 수평)으로 지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메타버스 소개팅 앱에서 부각되는 특징은 외모, 성격, 취향, 목소리, 엔터테인먼트 요소 등으로 다양하다
VR 기기를 접목한 기능, 앞으로가 더 기대
메타버스 소개팅 앱들은 어떻게 변할까. 이제 시작이니만큼 디자인이나 기능적으로 발전할 여지는 많아 보인다. 아직까지 메타버스 소개팅 앱 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중국 솔챗은 자신의 아바타를 설정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가상공간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싱글타운도 아바타들이 할 수 있는 경험은 아직 제한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은 무궁무진하다. 공연이 됐든 짧은 게임이든 쇼핑이든 그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메타버스 소개팅도 단순히 아바타 간의 만남과 대화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의 경험 공유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메타버스 생태계에 빠르게 진입한 메타(구 페이스북)는 호라이즌에서 여행, 게임까지 상상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더 기대가 되는 것은 VR 기술과의 접목이다. 이미 호라이즌은 VR 기기를 통한 메타버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VR 기기를 이용하면 손과 몸을 움직이는 등 더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심지어 미세한 조작으로 체스도 둘 수 있다. 많은 사용자들이 이를 경험하고 있다.
1,0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라이언 트라한(Ryan Trahan)이라는 유튜버는 2022년 2월 메타버스에서의 100일간의 체험 영상을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고 조회수는 8월 기준 2,700만 뷰를 넘어섰다. 메타버스에서 브라이언으로 불리던 그는 사람들과 파티를 하고 춤을 추며 유명세를 떨쳤다. 유튜브 소개글에 있는 ‘Watch out Zuckerberg’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펼치는 메타버스 생태계가 아닌 VR 기기를 접목한 메타버스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100일간의 체험 영상을 올린 유튜버 라이언 트라한은 메타버스와 VR 기기의 접목에서 오는 재미를 한껏 보여주었다.
| 사진 라이언 트라한 유튜브
소개팅 영역도 VR과 메타버스의 접목으로 더욱 재미있어질 수 있다. VR 기기와 핸드컨트롤러를 사용하면 상대방을 에스코트해줄 수도 있고, 심지어 가벼운 포옹도 가능하다. 또한 술집에서 다트를 던지는 등 가벼운 게임도 즐길 수 있다. VR과 함께 시대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텔레햅틱(Tele-haptic)이란 기술이다. 촉각을 원거리에서도 전송하는 기술을 뜻한다. 단순히 ‘부드럽다’, ‘딱딱하다’라는 느낌을 넘어 원격으로 온도를 공유할 수도 있다. 그만큼 소개팅 과정에서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폭도 넓어진다.
촉각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향기, 미각 등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감각을 표현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 중이다. 감각 기술의 발달이 VR 기술에 접목되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오프라인 소개팅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이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어쩌면 메타버스 내 다양한 사회활동은 맹목적인 만남을 벗어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충족해줄지 모른다. 그럼에도 아바타를 설정하거나 제한된 특성만을 제공하는 특징 자체는 변함이 없다. VR 기기와 관련 기술은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모나 배경을 벗어난 평등 세계에서의 다양한 경험, 본인 표출 그리고 자유로운 만남이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소개팅 문화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HANSA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