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JAM |
21세기 콜럼버스들의 이상한 공간 우주
XITY No.0 예비창간호
2023.03.02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며 한 말이다. 개인에게는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 위대한 도전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말은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 우주는 늘 미지의 세계다. 가볼 수 없는 곳이었고, 어릴 적 무작정 상상에서나 그릴 법한 공간이었다. 암스트롱은 많은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했고, TV를 통해 그 장면을 지켜본 아이들은 이제 암스트롱에게서 받은 꿈을 이뤄가고 있다.
| 사진 셔터스톡
머스크와 베이조스, 그들의 ‘거위의 꿈’
뉴 스페이스 시대에 두 명의 괴짜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바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아마존닷컴을 설립한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머리가 좋고, 세계 최고의 부호 자리에 오를 만큼 막대한 부를 가졌고, 이혼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려서부터 SF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할 만큼 우주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는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의 SF 소설 《파운데이션(Foundation)》을 탐독했는데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소설은 은하제국의 멸망에 대비하고, 인류의 과학문명 보존을 위해 설립한 파운데이션의 초기 성장 과정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훗날 X닷컴(현재 페이팔의 전신)을 매각해 벌어들인 막대한 금액을 스페이스X를 설립하는 데 쓸 정도로 우주 사랑에 진심이다. 제프 베이조스 또한 다섯 살 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장면을 TV로 보며 꿈을 키웠다. SF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고, 프린스턴대(Princeton University)에서는 우주탐사개발동아리(SEDS) 회장을 역임했던 그는 우주 사랑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00년 블루 오리진을 설립했다.
미국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우주선. 7명의 승객을 태우고 지구 궤도를 왕복한다. | 사진 셔터스톡
테슬라와 아마존닷컴 창업자로 두 사람은 지구에서는 사업적으로 부딪힐 일이 없다. 주력이 각각 전기자동차와 온라인 쇼핑으로 다르기 때문. 하지만 우주에서 이들은 선의의 경쟁자인데, 가장 먼저 눈여겨본 분야가 바로 로켓 발사체 재사용이다. 우주 발사체는 한 번 쏘아올리는 데 수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지난 2010년 NASA는 로켓을 발사할 때 드는 비용이 회당 4억 달러(5,700억 원)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발사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발사체. 전체 비용의 90% 수준이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이 들다 보니 민간 기업들은 우주 산업 진출을 꺼릴 수밖에 없고, 또 실패라도 하면 자금 압박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만약 발사체를 재사용할 수 있다면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베이조스는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은 보잉747 여객기를 해외 비행 후 버리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며 발사체 재사용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민간 기업이 참여하면서
이제 우주는 단순한 체제 경쟁의
격전지가 아닌 수익성과 연결되는
비즈니스의 장이 될 것이다.
이를 ‘뉴 스페이스(New Space)’라고
부른다. 더 이상 무의미하게 막대한
비용을 우주에 지불하는 일은 없다.
”
발사체 재사용 그리고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은 사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핵심이자 필수조건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지난 2011년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발사 시스템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2015년 팰컨 9(Falcon 9)의 1단 추진 로켓을 발사대 근처 착륙장에 다시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1단 추진 로켓을 발사에 재사용한 뒤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현재 팰컨 9을 발사하는 데 약 6,500만 달러(약 900억 원), 규모가 큰 팰컨 헤비(Falcon Heavy)의 경우 9,000만 달러(약 1,2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통상 발사에 수억 달러가 드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획기적으로 줄인 셈이다.
유튜브에서 ‘SpaceX landing’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스페이스X 로켓이 지구로 돌아오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이스X의 전매특허처럼 보이지만, 블루 오리진도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X보다 한 달 앞선 2015년 11월 로켓 발사 재활용에 성공했다. 뉴 셰퍼드(New Shepard)가 발사 후 발사장으로 되돌아온 것. 이는 상업용 로켓이 발사 후 준궤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수직으로 육지로 돌아온 첫 사례다.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는 사람들에게 우주 공간을 체험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승객을 태우고 고도 100km까지 수직 상승한 뒤 탑승자가 탄 캡슐을 분리해 다시 수직으로 하강하는 구조다. 완전한 의미의 발사체 재사용이 아닌 ‘우주 관광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스페이스X와 차이가 있다.
두 기업이 앞다퉈 발전시킨 발사체 재사용 기술은 우주 개발 기술 비용을 절감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제 두 기업의 발사체 재사용 성공 소식은 자주 접해서 놀랍지도 않다. 급기야 2020년 5월 스페이스X는 첫 민간 유인 우주선인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선은 발사 직후 주 엔진 분리와 2단계 엔진 점화를 거쳐 우주정거장 진입을 위한 안정 궤도까지 닿는 데 성공했다. 우주선에 탑승했던 더글러스 헐리(Douglas Hurley)와 로버트 벤켄(Robert Behnken)은 400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했고, 두 달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미국은 2011년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이후 러시아 우주선을 이용해 자국 비행사들을 우주정거장에 보냈는데 스페이스X가 성공하면서 다시 자국의 힘으로 우주비행사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성공은 큰 의미를 가지는데, 민간 우주기업이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고,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체적으로 우주 개발 시대를 열 수 있음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날의 발사 장면만으로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우주에 갈 수 있다는 것을 곧 다가올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이처럼 민간 기업의 진출과 그들이 자랑하는 발사체 재사용 기술의 성공으로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사업이 추진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주 여행이다. 스페이스X는 달에 가는 여행 상품을 기획했고, 패션계 거장 유사쿠 마에자와(Yusaku Maezawa)도 예약을 완료했다. 블루 오리진은 제프 베이조스가 이미 우주 여행을 다녀온 데다, “현재 예정된 네 차례의 여행을 통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의 우주행 티켓을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블루 오리진의 여행 상품은 대기의 끝인 카르만선까지 가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것이다.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도 여러 차례 연기되고 있지만 카르만선(Karman line)까지 가는 우주 여행 상품을 계속 시도 중이다. 이들 기업이 추진하는 우주 여행 상품은 현재로선 체험 수준이긴 하지만 향후 달 체험, 달에 발자국 찍기, 화성 여행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어쩌면 몇 년 뒤 우주 여행 인증샷이 개인 SNS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장면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주는 수많은 광물과 자원의 보고다. 이런 광물과 자원을 채집해 사업화를 준비하는 기업들, 저궤도 위성을 통해 인터넷과 통신, 자율주행차, 위성 분석을 활용한 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바야흐로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스페이스X는 지난 2015년 팰컨 9(Falcon 9)의 1단 추진 로켓을 발사대 근처 착륙장에 다시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 사진 셔터스톡
저궤도 위성이 나가신다
우리나라는 어디서나 빠르고 손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답답함을 느낀 경우가 왕왕 있다. 항해를 위해 바다로 나설 때나 비행기를 타는 경우에도 인터넷을 마음 놓고 이용하지 못해 불편하다. 미국은 지금도 사막 지역을 여행할 때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종이지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곧 자율주행차 시대가 온다는데,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인터넷은 광케이블을 통해 기지국 간의 연결로 제공되는데 광케이블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인터넷 이용이 제한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바로 저궤도 소형 인공위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보다 낮은 위치에, 그리고 더 많은 위성을 보낸다면 모든 지역을 커버하는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로밍도 필요 없고, 비행기에서도 빠른 속도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이 역시 스페이스X가 가장 앞서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라는 저궤도 인공위성사업부를 통해 2027년까지 1만 2,000여 개의 통신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에 초당 1기가비트의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1기가비트는 대략 1초에 10억 비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속도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지역에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는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시험용 면허를 발급받았다. 미국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 뒤 차차 전 세계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소형 위성은 크기가 가로 1.1m, 세로 0.7m, 높이 0.7m 수준이고 무게는 400kg 전후로 알려져 있다. 수명은 5년이고, 수명을 다하면 자동으로 궤도를 이탈해 연소를 통해 사라진다. 이미 미국에서는 시범운영을 하고 있고, 안테나만 설치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저궤도 소형 위성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산업계에 큰 변화가 기대된다. 상상을 해보자. 우리는 차 안에서도 운전 중에 전화를 받고 음악을 듣고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블루투스를 통해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링크 인터넷을 사용하면 굳이 따로 연결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동차에서 스타링크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가 필요한 위성지도를 빠르게 받고, 인터넷 이용도 가능하다. 추후에 자율주행차를 타게 된다면 이동하는 동안 빠르고 쾌적한 인터넷 이용도 가능하다.
잠재력과 성장성이 크다 보니 관심을 갖는 기업이 당연히 있다. 이 또한 블루 오리진이다. 아마존닷컴은 ‘카이퍼 프로젝트(Kuiper project)’를 운영하는데, 이를 블루 오리진이 진두지휘한다. 카이퍼 프로젝트는 지상 600km 전후 저궤도 지역에 총 3,236개의 위성을 배치해 지구상 어디에서나 빠르고 손쉽게 인터넷과 통신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북위 56도(스코틀랜드)부터 남위 56도(남미 최남단)를 연결하는, 지구의 95%를 커버하는 서비스로 확대된다. 쉽게 말해 저궤도 소형 위성은 지구 위를 돌아다니는 인공위성에서 LTE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초연결 세상에서 위성통신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결정적 배경은 발사 비용 절감 때문. 발사체 재사용 기술 도입과 인공위성 크기가 작아진 점도 한몫 단단히 했다.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은 1,000kg 이상은 대형, 500~1,000kg은 중형, 100~500kg은 소형, 10~100kg은 초소형으로 구분한다. 과거에는 인공위성 무게가 대부분 1,000kg이 넘었고, 무거운 만큼 비용도 더 많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중소형 위성이 개발됐고, 1~10kg 사이의 나노위성뿐 아니라 1kg 이하의 위성도 개발 중이다. 그리고 한 번에 여러 위성을 함께 쏘아올릴 수 있게 됐고, 실제로 스타링크는 30대 이상의 위성을 매달 한꺼번에 발사하고 있다. 물론 저궤도 소형 위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특히 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여러 위성을 발사할 경우 지구의 저궤도가 혼잡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천문학자들은 “스타링크로 인해 별자리와 우주 천체 관측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고, 위성 간 충돌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일론 머스크는 “위성의 색깔을 검은색으로 하겠다”며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남태평양 화산 폭발로 통신이 끊긴 통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저궤도 위성의 효용성을 국제사회에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저궤도 소형 위성의 국제무대 데뷔전은 예기치 못하게 마련됐다. 일어나서는 안 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무대다. 전쟁 병법의 기본은 적국의 통신망을 공격해 정보를 차단하는 것. 당연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주요 시설을 파괴했고, 우크라이나는 통신 두절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마케팅의 귀재 일론 머스크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원래 우크라이나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이번 전쟁 때 긴급하게 서비스를 시도했다. 전쟁의 참상에서 군사작전, 안전한 대피시설 찾기, 가족의 생사 여부 확인 등 어려움을 겪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준 동시에 국제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전쟁이 발발해도 저궤도 위성을 통해 인터넷과 통신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할수록 기특하고 신기할 뿐이다.
이렇듯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닐 암스트롱을 보며 꿈을 키운 암스트롱 키즈들은 그 꿈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그들이 이끄는 글로벌 민간 기업들은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바탕으로 비용 절감에 성공했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모색 중이다. 저궤도 소형 위성을 통한 통신과 인터넷 제공은 날로 기발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몇 년이 지나면 로밍 서비스 없이 그리고 비행기에서도 인터넷과 통신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우주 여행 가서 찍은 인증사진을 SNS에 올리고, 우주를 배경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그린 우주 공간은 상상화의 단골 소재였지만, 우리 미래 세대가 그릴 우주는 풍경화의 배경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New Shepard) 궤도 |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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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HAN DAE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