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
진도준과 문동은은 어떤 스마트시티에서 살까?
XITY No.1 창간호
2023.04.10
누구나 한 번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가서 어느 지역의 땅을 사고, 비트코인을 사서 큰돈을 벌고 싶다는 상상. 한편, 누구는 빨리 미래로 가고 싶다는 상상도 한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인기리에 종영된 ‘재벌집 막내아들’과 현재 최고 인기작인 ‘더 글로리’가 바로 그런 드라마다.
‘재벌집 막내아들’ 그리고 ‘더 글로리’
지난해 화제를 모으며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흙수저에 고졸 출신이던 윤현우(송중기 분)가 재벌가의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다시 태어나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드라마는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극 중에서 윤현우는 순양의 미래자산관리팀장이다. 가진 것 없는 고졸 출신인 그는 순양그룹 오너 일가에 절대적으로 충성한다.어렵게 번 돈으로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그는 오너 일가의 해외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갔다가 납치되어 죽었다. 그리고 그는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의 막내아들인 진윤기의 둘째 아들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났다.미래에서 온 진도준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이용해 돈을 벌고 순양그룹에 복수한다. 충성을 바친 오너 일가에 의해 억울하게 죽었기 때문. 윤현우의 부모를 몰래 도와주기도 하고, 엄마가 투자했다가 상장폐지된 기업의 회생을 도모 하는 등 미래에서 알게 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과거(?)의 자기 가족을 도우려는 모습은 짠하기도 하다.
반면 ‘더 글로리’의 문동은(송혜교 분)은 빨리 미래로 가고 싶어 한다. 문동은은 학창 시절 박연진(임지연 분)을 필두로 한 친구들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해봤지만 문동은은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흙수저’인 그녀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일을 하면서 검정고시로 교 대에 입학,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녀가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금수저’ 박연진과 친구들은 화려한 삶을 산다. 인기 기상 캐스터가 된 박연진은 재벌집 아들과 결혼도 했고, 그의 딸 담임교사는 그가 괴롭혔던 문동은이다. 모든 것은 문동은의 복수 계획이었다. 문동은은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복수를 시작한다.
꽤 흥미로운 전개의 드라마라 그런가, 애청자 입장에서 혼 자만의 생각은 끊이지 않고 펼쳐진다. 과거로 돌아가 어느 부동산을 사고, 어느 주식을 사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사람인 금수저 진도준과 흙수저 윤현우는 미래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고 또 문동은과 박연진은 미래 도시에서 어떻게 다시 조우할까 하는 상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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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City
”
상상에 상상을 더해 미래를 부른다
우선 진도준이다. 극 중에서 진도준은 할아버지가 제공해준 운전기사와 차를 타고 학교를 다닌다. 진도준은 스마트시티에서 자율주행차를 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많이 생기면 자동차는 사치품이 될 가능성이 높고,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취미가 될 수도 있다. 진도준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차도 좋지만, 운전 특유의 손맛을 좋아한다면 직접 차를 몰고 다니는 취미를 즐길 수도 있다. 반면 윤현우는 그런 여유가 없다. 당연히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할 것이다. 윤현우에게 필요한 것은 자율주행 셔틀버스의 정보가 나오거나,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연계된 디지털 화폐다. 사치품인 개인용 자동차를 살 여유는 없다.
아플 때는 어떨까? 극 중에서 진도준의 아버지는 진양철 회장으로부터 순양의료재단을 상속받는다. 순양병원은 국내 최고의 의료시설로 질병 추적이 가능하다. 오죽하면 진양철 회장의 라이벌인 대영그룹 주영일 회장도 순양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정도다. 진도준은 이런 좋은 의료시설에서 관 리를 받을 것이다. 혹시라도 질병이 있으면 추적이 가능하고, 수술할 경우에도 최첨단 AI와 로봇이 수술해줄 것이다. 그러나 윤현우에겐 불가능한 이야기다.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를 이용해 자가 진단을 해야 할 것이고, 원격의료를 통해 간단한 진찰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방학은 어떨까? 진도준에게 해외여행은 더 이상 흥미가 없다. 대신 우주여행을 가기로 한다. 우주에 가서 지구를 바라보고, 이 모습을 사진 찍어 개인 SNS에 올렸더니 팔로워 수는 더욱 늘었다. 반면 윤현우는 방학 때 알바를 해야 한다. 그래도 방학에 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부럽다면 비행기를 타는 대신 메타버스에 접속해 유럽과 미국을 돌아다닌다. 메타버스에서 만난 친구들과 채팅도 하고, 에펠탑 앞에서 같이 스크린샷도 남겨본다.
한편 스마트시티에서 학교 폭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제2, 제3의 문동은은 없다. 원격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고, 학교 내에 라이다(Lidar)가 설치돼 있어 으슥한 곳에 학생이 몰리면 바로 학교 보안관에게 전송된다. 박연진의 문동은 괴롭힘의 시발점이 됐던 화장실 청소도 로봇이 대신하게 될 테니 당초에 갈등의 빌미가 될 일이 없어진다.
상상은 미래를 부른다. 새롭게 나오는 서비스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가격도 내리고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같은 사람인 진도준과 윤현우가 드라마 속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고, 박연진에 대한 복수를 위해 문동은이 꿈을 꾸듯, 우리가 살게 될 스마트시티도 처음에는 세대별로, 남녀별로 그리고 재산 수준별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갈등하려고 스마트시티에 살려는 것이 아니다. 시작은 다르고 불편할 수 있어도 언젠가 모두가 편하게 누리는 스마트시티는 올 것이라 믿는다. 드라마에서 진도준과 문동은의 복수극이 스마트시티에서는 절대 등장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성공적인 서비스와 제품이 나와서 모두가 편하고 행복하게 스마트 시티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ditor HAN DAE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