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ISSUE | PART 3
‘오래된 미래’ 다마신도시를 바로 보다
XITY No.1 창간호
2023.04.17
다마신도시에 대한 우리 인식은 대다수 잘못되었다. 가장 잘못된 것은 편향된 시각으로만 바라보면서 유령도시 여부를 운운한다는 것이다.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보자. 우리보다 20~30년 앞서가는 그들의 주거문화는 버블 붕괴와 노령화 이후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투자수단이 아니라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5가지 교훈을 통해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전형적으로 평화로운 일본 신도시의 모습을 보이는 다마신도시 | 사진 황필주
유령도시라는 언론 뉴스는 사실무근
‘유령도시’. 다마신도시 혹은 타마뉴타운으로 뉴스를 검색 해보면 헤드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단어다. 아마 우리 국민들에게는 꽤 오래전 베드타운으로 개발했다가 최근 노후화 및 가격 붕괴에 따른 개발 의지 상실 등의 요인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렇지 만 직접 다마신도시를 다녀온 이후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언컨대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지극히 우리 관점에서만 바라봤기에 발생한 오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유령도시’라는 선입견과는 거리가 멀 정도로 현지인들은 잘 살고 있으며, 더 중요한 사실은 유령도시 진위 여부가 아니라 그들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교훈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머릿속에 담아 온 아이디어는 꽤나 많지만 크게 5가지로 요약해 차근차근 서술해 보고자 한다.
다마신도시는 수도 도쿄에서 서쪽으로 25~40km가량 떨어진 하치오지, 다마, 이나기, 마치다 등 4개 자치구의 일부 지역을 묶어 신도시로 개발한 대규모 주택개발지다.
4개 자치구의 일부를 묶어 만든 신도시
일단 다마신도시는 수도 도쿄에서 서쪽으로 25~40km가량 떨어진 하치오지, 다마, 이나기, 마치다 등 4개 자치구의 일부 지역을 묶어 신도시로 개발한 대규모 주택개발지다. 일본 경제의 최전성기는 거의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1950~60년대라 할 수 있는데, 다마신도시는 그 절정 시기인 1965년경에 정부 주도로 설립되었다.
현재 다마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는 22만 명 남짓. 한국 오산·양주시가 23만 명, 이천시가 22만 명이니 그와 비슷한 규모다. 얼핏 ‘생각보다 작네?’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시는 대칭적이지 않기에 적절한 비교라 할 수 없다. 일본 지방행정구역은 47개의 도도부현(都道府県)으로 구분된다. 맨 앞 1개 도(都)는 수도인 도쿄도, 두 번째 1개 도(道)는 북쪽 섬인 홋카이도, 세 번째 2개 부(府)는 교토부와 오사카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43개의 현(県)을 의미한다. 그 하부 구역으로 편성되는 것이 시정촌(市町村)이다. 우리는 광역자치단체로, 특별·광역시 8개(세종특별자치시 포함), 도 9개(제주특별자치도 포함)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하부에 구·군 그리고 읍·면·동 체계로 이뤄진다. 따라서 다마신도시(市)를 굳이 우리 행정구역과 비교한다면 시(市)보다는 구(區)에 가깝게 봐야 한다. 실제로 한국의 구(區)를 편성하는 인구의 기본단위는 25만 명이고, 고양시 일산동구·서구에 거주하는 구민의 수가 각각 29만 명이라는 것을 봐도 그렇다. 또한 우리나라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모두 현재 구(區)로 편제되어 있다. 여러모로 판단했을 때 이 정도 비교가 적절해 보인다.
세부적인 인구 구성을 보면 2015년 기준 다마신도시 전체 인구는 22.4만 명인데, 다마 지역이 9.9만 명, 하치오지 지역이 8.7만 명으로 이 2개 지역이 전체의 약 83%를 차지한다. 거의 대다수라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우리는 하치오지와 다마시청사를 직접 방문해 해당 도시계획과 과장을 포함한 관련 인력과 다마신도시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 현지인 인터뷰와 현장 탐방 일정도 가졌다. 이 내용을 적절히 배치하고 자체 분석까지 곁들여 총 5가지 요약으로 본문을 구성했다.
다마신도시 주택의 전반적인 밀도는 한국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 사진 황필주
그들에게 실례되는 표현 유령도시
일단 ‘유령도시’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하치오지와 다마 시청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갸우뚱. 한국에서는 무언가 문제가 많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언론 보도가 많은데, 막상 이곳에 사는 시민들과 시청 관계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받은 느낌은 유령도시는커녕 막상 문제가 크게 된 적도 없고, 그렇기에 별다른 해결책을 고민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제시한 데이터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마신도시 내 하치오지 지역의 인구는 1980년 1.3만 명에서 2015년 8.7만 명까지 급증했다. 연평균성장률(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로 환산하면 +5.5%인 셈인데, 해당 기간 일본 전체 인구 CAGR+0.24%를 압도한다. 다마신도시 전체 인구로 봐도 CAGR+3.5%(1980년 6.7만 명→2015년 22.4만 명)로 역시 크게 앞지른다. 인구가 늘어나는 유령도시? 애초에 데이터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임을 알 수 있다. 또 ‘현재 신도시 사람들이 가장 개선을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받은 답변은 “딱히 없다”였다. 노년층으로 콕 집어서 질문해도 마찬가지. 그들 역시 현재 삶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청 과장이 직접 “언덕이 많은 동네라 다리가 튼튼하셔서 그렇다”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이후 일부 시민들과 인터뷰했을 때도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 현지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다마신도시 중 나가야마 지역을 방문했을 때 알 수 있었다. 이곳은 1971년 입주가 시작되어 다마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지역에 속한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노후화, 상권 소멸, 공가(空家) 등 문제가 상당히 많은 지역인 것처럼 보도되어 있다. 하지만 막상 이 지역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방문해서 받은 느낌은 ‘깨끗하다’는 것. 50년 가까이 된 동네치고는 단지가 잘 관리되고 있었고, 근처 유치원과 학교에서 나온 어린아이들도 적잖이 마주칠 수 있었다. 다른 문제라면 모를까, 당장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 평할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
유령도시의 사전적 의미는 ‘한때 형성되었던 도시나 촌락이 여러 이유로 인해 쇠락하거나 더 이상 주민이 살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다마신도시는 인구도 중·장기적으로는 증가 추세이고, 현지 탐방에서도 확인했듯이 주거단지 또한 깔끔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게 정비도 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쯤 되면 다른 국가에 대해 정확히 확인해보지도 않고 유령도시라고 평하는 것 자체가 실례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 느낌이다. 아직도 검색창에 일본 대기업 소니(SONY)를 검색하면, ‘잃어버린 30년’, ‘몰락’ 같은 헤드라인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소니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매년 조사하는 ‘일본 20대 기업 CEO들이 보유하고 싶은 주식’ 설문조사에서 2022년까지 3년 연속 1위를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아직도 소니가 워크맨이라면, 아직도 다마신도시가 유령도시라면, 이야말로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오류에 빠진 결과물이라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치오지역 인근 번화가의 모습. 출퇴근 시간과 밤에는 학생들과 저녁을 즐기는 직장인으로 더욱 북적인다. | 사진 황필주
노령화는 맞지만 그것은 일본 전체의 문제
유령도시는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국내에 다수 보도된 것처럼 인구 노령화는 다마신도시에 분명히 실존하는 문제였다. 두 시청의 도시계획과 과장 모두 이 부분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인구 노령화, 즉 도시의 노후화 문제는 비단 다마신도시만의 문제라기보다 일본 전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치오지시청에서 파악한 다마신도시 인구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9.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40년 인구 추정치는 8.5만 명, 즉 20년간 CAGR은 -0.4%로 계산된다. 인구 감소 위험성을 분명 이들도 반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시계열로 OECD가 추정한 일본 전체 인구 역시 CAGR은 -0.6%(2020년 1.26억 명→2040년 1.1억 명)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인구 감소에 대한 추정은 노령화라는 일본 전체의 고민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물이지 다마신도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의 노령화를 몸소 맞이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50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 단지를 오랫동안 깨끗하게 가꾸고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본인의 소박한 행복과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노령화의 어두운 측면이기도 하지 않을까? 새로운 것을 원하고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것이 젊음의 습성이자 사회 전체의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데, 노령화되어갈수록 기존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 결국 변화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를 야기하지는 않을까? 일본이 유독 문서에서 디지털 전환이 늦은 나라가 되어버린 것도 이런 탓이 아닐까 싶다.
이 부분은 우리도 단순히 넘겨짚을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노령화 진행 속도는 일본보다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라고 하는데, 2018년 OECD 국가 중 처음으로 1 이하로 떨어진 뒤 심각한 수치를 이어오고 있다. 참고로 우리가 노령화 문제로 크게 우려를 표시하는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4명. 우리보다 높다. 이미 2001년 역전된 이래로 한 번도 일본을 앞선 적이 없다. 오히려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져 이제는 0.5명 가까이 뒤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며 조소 지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물며 아직 다방면에서 살펴봤을 때 일본의 경제력을 쫓아가지 못한 현실에 놓여 있기에 조만간 이 문제는 더 고민으로 다가올 수 있다. 도시의 노령화에 대비해 노년층은 물론 젊은 층에 대한 배려를 더욱 신경 써야만 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마신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나가야마 지구는 실제로 가보면 유령도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사진 황필주
이제는 주택의 ‘가격’보다 ‘삶의 질’이라는 가치
일본인들은 주택을 구매하면 이후 거처를 옮기는 일이 적다. 일본인들의 평균 이사 횟수는 3.0회(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2016)로, 한국의 4.1회(서울시주거실태조사연구보고서, 2020) 대비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마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령화된 인구는 현재의 삶을 큰 변화 없이 유지하려는 이유에서 이사를 꺼릴 것이고, 장기 부동산 가격 하락의 아픔이 있는 중년은 자의든 타의든 이사를 할 만한 요인을 찾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인들은 그만큼 주택을 고를 때 거주환경과 삶의 질 등을 까다롭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처럼 전·월세, 갭투자 등으로 거처를 몇 번씩 옮긴다는 생각 자체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행태가 정상적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주거는 삶의 공간인데, 돈보다 삶의 질이 더 중요 요소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역으로 우리가 특이한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닐지 싶었다.
현지 르포를 뛰면서 가장 큰 교훈을 얻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과연 20~30년이 지난 후 우리에게 주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지금처럼 다수가 ‘투자’라고 대답하는 시대가 이어질까? 현재 가격과 부채 수준 그리고 노령화 속도까지 감안할 때 ‘그렇다’라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과 같이 주택의 ‘삶의 질’, ‘거주환경’이라는 요소가 점점 더 부각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현지 거주인 2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 현장 르포를 갈무리하려 한다.
| 사진 황필주
#다마신도시 주민 1
Q. 이 지역에 살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가?
역시 녹지가 많고, 놀 곳이 많다는 점이다.
(중략) 교통 접근성도 좋다고 생각한다.
Q.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집을 구입할 때
투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런 목적은 그다지 없다고 본다. 구입하고
난 다음을 생각하기보다 단순히 집을 사고
싶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다마신도시 주민 2
Q. 이 근처에 집을 산 이유가 있을까?
나는 친척 집에서 살고 있는데, 통근 시간이
짧다는 이점 때문에 샀다고 생각한다.
Q. 한국은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투자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어떤가?
그런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투자
개념이라기보다 자신의 사정에 맞춰 역에서
가깝다거나 그런 메리트를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SHON JI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