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
‘열정과 도전, 삶의 선율을 노래하다’ 소프라노 조수미
XITY No.1 창간호
2023.04.24
‘스마터’를 검색해봤다. ‘스마트 기계와 그에 준하는 기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월등한 활용 능력을 가진 자’.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몇몇이 떠올라 인터뷰 요청을 할까 말까 하다가 너무 빤한, 정석 같은 생각에 접기로 했다. 어쩌면 《XITY》 발간이 거듭될수록 언제든 직간접적으로 만날 것 같은 착각일지 모르는 자신감으로 과감히 미루곤 예상 밖 인물을 찾아나선다. 그러다 책장에 꽂힌 익숙한 책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아름다운 도전》. 20년 세월이 훌쩍 지난 책머리엔 ‘생이 끝날 때까지 열정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그이의 다짐이 남아 있다. 지금의 모습만 보더라도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만만치 않을 새로운 시작에 든든한 응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삶을 끌어가는 누군가의 열정은 절실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그이의 독보적인 행보를 통해 우리가 만날 새로운 세상이 대뜸 보일지 모르겠다.
| 사진 황필주
#1 ‘과학과 문화의 융합’ AI 피아노와 노래하는 카이스트 교수님
2000년 발매된 크로스오버 앨범 ‘온리 러브’는 당시 100만 장이 판매되며 클래식 음반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클래식 노래에만 익숙하던 청중마저 대중적으로 친숙한 음악을 레퍼토리 삼은 새 앨범에 열광했고, 조수미 또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도전이란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우연찮게 이 앨범을 듣고 클래식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동시에 없어진 것 같은 느낌. 누가 작곡했는지도 모를 피아노 선율이 편안하게 다가오고, ‘억’ 소리 나는 현악기의 가격과 역사까지도 흥미로웠다. 그러던 중 주니어 기자 시절 엉겁결에 인터뷰이로 만나게 된 소프라노 조수미. 전전긍긍하던 긴장감조차 행복했지만 막상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니, 어엿한 페르소나 하나 없이 무방비로 서 있는 기분에 식은땀이 절로 터질 위기였다. 한데 특유의 친화력으로 마냥 어설픈 질문에도 넉넉한 인심을 베풀듯 술술 알아서 사람 향기를 뿜어대던 그이. 첫 만남을 하고 돌아서는 내내, 이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세상이 한껏 넓어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올해 카이스트에서는 한 단계 발전된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노래와 문화에 대한 경험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에 맞춰 ‘강연 속의 공연’ 형식이다. | 사진 SMI
Q. 《XITY》 매거진 입장에서 지난해 가장 눈여겨본 이슈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초빙 석학교수 임명이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 자체가 신선하다.
“예술의전당과 함께 ‘과학기술이 공연과 문화에도 사용된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홀로그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때 제안을 받았어요.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님께서 ‘과학기술과 문화의 융합’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셨죠. 첫해에는 강연에 참여한 청춘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늘 하고 싶었던 제 경험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려주었어요. 학생들의 솔직한 마음도 엿볼 수 있었고요. 짧은 시간 준비하긴 했지만 카이스트 AI 피아노와 노래도 불러봤습니다. 올해는 한 단계 발전한 방향으로 강연을 고민하고 있어요. ‘노래와 문화에 대한 경험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준비 중인데 ‘강연 속의 공연’ 형식이 될 것 같아요. 6월과 12월, 2회 특별강의 형식으로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Q.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카이스트에서 문화예술을 강의하는 자체, 여전히 낯섦도 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기술을 이해하거나 만들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경험과 철학을 가진 분들이 문화적 소양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했는데 공감이 되더라고요. 제 인생 방향으로 삼는 ‘아름다운 도전(beautifulCHALLENGE)’의 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다만 큰 고민으로 다가온 건 제가 외국에서 거주하는 아티스트이다 보니 물리적으로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학교 측에서 국내 공연과 일정이 있을 때마다 강의 시간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필요하면 온라인 강연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습니다.”
Q. 아름다운 도전?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클래식 분야 보컬을 전공했지만 평소 해보고 싶었던 다른 장르의 노래를 부르고 그와 연관된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것들이에요. 음악 관련 일이라면 어렵고 생소하더라도 노력하고 도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일이잖아요.”
Q. 다시 카이스트 질문을 해보겠다. 아바타·홀로그램·혼합현실을 활용한 가상 연주자 구현 기술, 또 가상 연주자와 인간 연주자의 소통을 위한 인터렉션 기술 등 여러 연구에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름다운 도전인 건 알겠지만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문화·예술 영역은 정의하기 어려운 이론적, 환경적 때론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문화활동에 대한 효과는 측정하기도 어렵고요.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보는 이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게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과학기술은 매우 성격이 다른 영역이지요. 예를 들어 홀로그램은 미리 촬영한 영상과 소리를 미디어와 디지털 표현 기술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이미 완성된 형식을 변경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만들어놓으면 복제와 유통이 용이해서 예술가가 무대에서 단 한 번의 공연으로 전달하는 내용보다 여러 효율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과학기술을 이용해 문화적 특성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다양한 구성 요소에 대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아주 지난한 과정입니다.
현재는 검증된 과학기술에 한정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 예술작품에 접목하는 과정을 연구 중입니다. 물론 저는 예술적 표현을 제공하고, 연구는 카이스트의 뛰어난 연구진이 진행하죠. 지난해 강연과 공연에서 함께 연주한 AI 피아노에 좀 더 현실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보강하기도 하고요. 무대에서 보여주는 예술가의 미세한 표현들을 과학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연구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이머시브 미디어(Immersive Media, 실감미디어) 표현기술에서는 연주자와 컴퓨터의 실시간 인터렉션이 매우 어려운 영역이지요. 예술가의 표현방법에 대해 과학자가 잘 이해하고, 충실히 데이터를 확보한 이후에나 구현할 수 있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요.”
“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필요한 중요한 기술을 이해하거나 만들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경험과 철학을 가진 분들이
문화적 소양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했는데 공감이 되더라고요.
제 인생 방향으로 삼는 ‘아름다운 도전(beautifulCHALLENGE)’의
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
#2 ‘신이 내린 목소리’ 데뷔 37년간 놀라운 경험의 연속
선화예중·고, 서울대 음대를 거쳐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음악원을 졸업한 조수미는 세계 최고의 국제 콩쿠르를 차례로 우승하며, 지난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베르디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렛토’의 ‘질다’역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1993년엔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최고의 소프라노에게 수여하는 ‘황금기러기상(La Siola d’Oro)’을 수상했으며 2008년엔 푸치니 탄생 150주년에 맞춰 ‘푸치니상(The Puccini Award)’까지 받았다. 게다가 같은 해 베이징에서는 하계 올림픽이 열렸는데 조수미는 세계 3대 소프라노에 선정되어 특별한 독창회 무대도 현지에서 가졌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신이 내려준 목소리”란 찬사를, 뉴욕필하모닉 지휘자였던 주빈 메타는 “1세기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는 극찬을 했던 그이의 투명하면서도 화려한 음색은 이 시대 최고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coloratura soprano)다.
5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와 20여 명의 국악 연주자와 함께 한 넷플릭스 음악 예능 콘텐츠 ‘테이크 원’. | 사진 SMI
Q. 넷플릭스 음악 예능 콘텐츠 ‘테이크 원’에도 출연했다.
“주어진 미션은 ‘단 한 번 인생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노래를 어떤 방식으로 하고 싶은가’ 하는 겁니다. 중간에 노래하다가 실수하더라도 끝까지 끊지 않고 부르고, 시청자들도 그 한 번의 기회를 듣게 되는 것이었죠. 먼저 ‘무엇을 부를 것인가’가 큰 고민이었는데 동시에 즐거움이기도 했어요. 스태프와 상의한 결과, ‘가장 잘하는 오페라의 한 장면을 국악적인 느낌을 섞어 표현해보자’라는 의견으로 모아졌습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도전’이었지요. 자크 오펜바흐의 ‘호프만 이야기’에 나오는 인형, 올림피아는 메커니컬 인형(태엽 감는 인형)인데 우리나라 꼭두각시 인형과 연관 지었어요. 신의 한 수였지요. 노래와 별개로 이러한 메시지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도 도전한 셈인데 주효했던 것 같아요. 후에 다른 참가 연주자들의 녹록지 않은 과정도 엿볼 수 있었는데, 제 환경이나 과정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란 생각을 했어요(웃음). 5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와 20여 명의 국악 연주자, 수십 명의 촬영 스태프 등 코로나 환경에선 최악이었지요. 다행히 큰 실수 없이 공연과 촬영을 마쳤고 어려운 환경에서 ‘해냈다’라는 안도감이 먼저 엄습해 오더라고요. 재미있는 수개월의 도전이었어요.”
Q. 일련의 행보를 보면 늘 시대를 앞서는 것들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 건가.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창의적인 예술가 인생은 남들과 다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으려 노력해야죠.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은데 쉬어 갈 틈이 없어요. 클래식을 공부하고 서른 살 이전에 세계 5대 오페라 무대에 선 것이나, 마에스트로 카라얀으로부터 ‘한 세기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라는 잊지 못할 찬사를 받은 일 등 지난 37년 동안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지만, 항상 그다음에는 또 새로운 것이 주어졌어요. 음악 영역에서는 다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을 성취했단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EDM(Electronic Dance Music)이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즘, 궁금함에 또 움직이게 됩니다.”
Q. 이전 산업혁명 때도 문화, 예술, 무대에 큰 변화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스마트한 시대에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은 어떠할까.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10여 년 전 토론토에서 공연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되어 카운터를 운영하기 어려우니 대기해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어요. 잠시 기다리면 끝나려나 했던 대기시간은 참을성의 한계를 넘어갔고, 여기저기 불평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왔어요. 그때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항공사 직원이 카운터로 가더니 종이에 인쇄된 양식을 가져와서는 승객들의 탑승 수속을 하더군요. ‘종이문서로 탑승시켜본 직원이 유일하게 나 혼자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린다’라고 양해를 구하면서 ‘이젠 컴퓨터가 없으면 전 세계가 스톱 되는 시대’라고 하더군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더한 시대에 돌입했지요. 지난 가을 카카오톡 장애에 우리나라 전체가 멈추는 현상도 경험했잖아요.
무대에서 노래라는 형식으로 표현(expression)하는 건 얼마나 연습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같이 따라오지만, 보다 관객에게 잘 전달(presentation)하는 건 과학기술과 무대 환경, 연출에 달려 있습니다.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홀로그램, 가상 인간 등의 기술을 활용하고, 연주자의 정확한 원근감을 들려주기 위해서는 3차원 음향을 입체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연주자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한 영상기술도 있고요. 하지만 여러 문화계 인사들이 이야기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소스(source, 원천)입니다. 즉 연주자의 기본 실력이 밑바탕이란 거지요. 그렇다 보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이 가진 의미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노래하는 것입니다. 물론 무대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조력은 당연하지요. 이러한 시대, 과학기술의 메카인 카이스트와의 협업은 큰 의미를 줍니다.”
#3 인생의 경험치는 새로운 세상에도 든든한 중심
전에는 미니홈피에 접속해야만 그나마 소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든 게 공유되는 세상이다. 팬데믹 이전, 잠시 런던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그이의 SNS를 통해 런던 공연 소식을 알게 됐는데 하필이면 다음 날 귀국을 앞둔 상황. 수십 년간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로 활약하는 조수미의 글로벌 위상을 엿보고픈 마음이 생겨났다. 적잖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항공편을 바꾼 뒤 위그모어홀(Wigmore Hall)로 향했다. 1901년 설립된 이곳은 영국, 아니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권위 있기로 유명한 실내악 음악홀이다. 둥근 지붕이 청중에게 남다른 울림을 주는 것인지, 아티스트의 숨소리마저 섬세하게 들리는 곳이다. ‘보이스 오브 헤븐(Voice of Heaven)’이라는 공연명처럼 그이는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의 선율에 맞춰 정말이지 저 세상 음색으로 노래했다. 한데 함께 공연을 본 영국 친구들이 “정말 친하냐”며 연주자 대기실의 사인회로 이끄는 게 아닌가. 사실 친하다고 한 건 귀국을 미루고 공연을 봐야 하는 개인적인 핑계일지도 모르는데, 순간 후회스러운 기분에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인 그이가 먼저 알아봐주곤 두 손을 꼭 잡고 반가워해주다니, 너무도 다행스런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함께 공연한 피아니스트와 기타리스트에게도 “한국에서 온 저널리스트”라고 친절하게 소개하기까지.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 정상의 아티스트들 얼굴이 벽면 가득히 걸려 있는 그곳에서 조수미는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빛나는 모습이라 더 고마웠다.
사진 촬영 전,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순간 분위기를 전환하고 압도하는 조수미. 카리스마가 넘쳐나면서도 여전한 소녀 감성이다. | 사진 황필주
Q.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클래식 공연이 주무대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괴리감은 없나.
“클래식이 주무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음악이 주무대인 것이죠. 음악과 연결된 영화에도 출연했고, 드라마 음악을 부르며, 음악의 교육적 측면도 활동의 일부로 삼고 있죠. 일반적으로 연주자들은 환경 변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되레 익숙한 편이죠. 그래서 연주자들은 자주 예민해집니다. 그와 달리 저는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타입이라서 그때마다 모르는 것을 배워가며 대응하지요. 감사하게도 도와주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예나 지금이나 기술이 문화예술 세계를 주도한 적은 없습니다. 도움을 주는 정도였죠. 문화예술의 핵심 가치는 창의력에 있으니까요. 오페라의 스토리, 곡 하나하나마다 담고 있는 가사의 감성, 또 이러한 감성을 북돋우는 멜로디. 제가 하는 모든 노력은 저만의 아이덴티티가 되어 새로운 과학기술과의 앙상블을 통해 청중에게 전달되는 것이겠지요.”
Q. 스마트시티 중심에도 ‘사람’이 우선이다. 인생에서 사람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사람이 없다면 예술의 존재 이유도 없습니다. 희로애락, 생로병사 등 사람의 모든 감성과 인생은 문화예술과 밀접하지요. 예술인에게 지지해주는 팬들의 존재는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동반자예요. 청중과의 케미가 어떤가에 따라 음악의 퀄리티가 결정되지요. 저의 음악적 표현은 과학기술과 결부되기 이전에 사람과의 관계가 먼저입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일하려 하고, 한번 맺은 인연은 상대방이 끊기 전까진 지속하는 편입니다. 그들에게 받은 긍정의 에너지는 선한 영향력으로 보답하고요.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생을 배우고 경험치가 쌓이다 보면, 스마트시티라는 새로운 세상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는 든든한 중심이 되겠지요.”
Q. 창간 기념 특별 인터뷰로 이렇게 만났는데,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는 《XITY》 독자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면.
“스마트한 세상에 적합한 스마트한 잡지 《XITY》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이 늘 우리 삶을 쉽게 만들지는 않지만 흥미롭고 재미있고 효과적인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저와 같이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과학기술이 큰 부담으로 다가와 때론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래는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고, 청춘들은 이러한 환경이 반가울 수 있는 일이지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도 기대되고 도전의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카이스트에서 젊은 과학도와 만나는 일이 제겐 특히 그러한 것 같고요. 《XITY》가 이러한 시대에 독자 여러분에게 필요한 정보와 의미를 제공하는 매체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낀 세대’라는 말이 있는데, 앞 세대와 뒤 세대 사이에 이도저도 아니라는 의미로 주로 해석되지만, 저는 그러한 존재들이 앞과 뒤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 조수미도 예술과 과학기술이라는 매개체로 독자 여러분과 연결된 낀 세대가 아닌가 싶네요. ‘새로운 과학기술은 개인적인 성향을 중요시한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여러분은 개인적인 향기와 모두를 위한 향기를 동시에 발산하시길 기대하며 힘찬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파이팅!’”
| 사진 황필주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KIM JAE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