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ER |  

도시의 일상을 엿보다 URBAN SKETCH IN TAIPEI



XITY No.1 창간호

2023.05.08


꽤 여러 번 다녀왔다. 여행과 취재, 대만 국적의 항공사를 이용해 미국을 오가면서까지 스톱오버를 합하면 어림잡아 열 번 가까울지도. 도시 스타일의 모던함도 분명 있었는데, 오래되고 북적거리는 야시장이 먼저 떠오르는 건 왜일까. 타이베이의 속살을 다시금 들여다봐야 할 때다.

| 사진 김재우

스마트시티 인덱스(Smart City Index)에서 타이베이는 늘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들을 여유롭게(?) 따돌리는 순위다. 그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당장 여행 가고픈 헬싱키, 오클랜드, 제네바 같은 아름다운 도시들도 스마트시티 평가 앞에선 타이베이에 맥을 못 추는 격. 전 세계 100여 개국이 넘는 도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전문가들의 연구 분석, 여기에 스마트시티의 경제·기술적 측면과 삶의 질 고루고루의 항목을 토대로 내린 평가에서  자주 1위에 오르는 도시국가는 싱가포르.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감당해야 하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계획도시이니만큼 싱가포르는 단번에 인정된다. 한데 타이베이의 예상 밖 선전은 다소 의아한 기분마저 든다. 부러우면 지는 일? 휴가차 런던을 가려고 일찌감치 발권한 티켓을 적잖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타이베이행으로 갈아타야 했던 이유다.

타이베이 시먼딩 입구 | 사진 김재우

QR코드 하나로 여행자의 자가 방역 유도


타이베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로 닫힌 국경의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를 나눠준다. QR코드를 스캔하면 한국어를 포함한 7개 국가 언어로 ‘7일간 자가 방역 관련 내용’을 알기 쉽게 안내해준다. 총 4회분의 진단키트로 입국 당일 1차 검사를 시행하고, 이틀에 한 번꼴로 검사해 음성이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QR코드 하나로 여행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뭔가가 느껴지는 첫 순간이었다. 자가 진단키트를 공항에서 받았다 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할 필요는 없다. 무증상 여행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바로 시내로 향하면 된다.


2017년 개통된 고속공항철도를 이용하면  30여 분이면 타이베이 메인(중앙)역에 도달한다. 우리 공항철도 못지않게 쾌적한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캐리어 수납공간까지 넉넉하다. 좌석 옆, 창가 밑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거치대(Charging Area)도 마련되어 있다. 선을 연결할 필요 없이 그저 스마트폰을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요즘은 카페서도 쉽게 볼 수 있다지만 개인적으론 편리한 신문물(?)을 타이베이에서 먼저 접한 기분이라 편안한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타오위안국제공항 입국장, 대만의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 | 사진 김재우

1st day


어디서든 만나는 공영자전거 무인대여소


호텔에 짐을 맡기고 유바이크로 호텔 인근을 둘러보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타이베이 교통부에서는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MRT역과 주요 명소 등에 공영자전거 무인대여소를 설치했다. 서울의 따릉이 무인대여소 규모와 수보다 훨씬 많다. 이 점이 최고 경쟁력이라고 할 만큼.


유바이크를 대여하려면 일단 회원 등록을 하는 게 좋다. 그중 대만 휴대폰 번호는 필수인데, 유심카드 구매 시 부여받은 현지 전화번호로도 가입 가능하다. 인증번호가 문자메시지로 오면 등록 완료. 키오스크도 친절하게 설치되어 있으니, 기기에 능한 스마터가 아니어도 무리 없이 대여 가능하다. 단, 자전거 브레이크나 바퀴 등의 상태는 꼼꼼하게 점검하는 게 좋다. 대여한 지 5분 내엔 교환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엔 어려울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유바이크가 좋은 이유는 멤버십 가입 후 첫 이용 시 30분간 이용요금이 5대만달러 할인된다는 것. 최근 전기자전거로 거의 교체된 유바이크는 2시간 이내 30분당 20대만달러(약 800원)로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유용하고 착한 교통수단이다.

호텔 앞 유바이크 무인대여소 | 사진 김재우

올드 야시장에 스며든 스마트 주문 서비스  


체크인 후 잠시 쉬다 이른 저녁 스린야시장을 찾았다.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다섯 정거장만 북쪽으로 이동하면 지엔탄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타이베이 최고 규모의 야시장을 만날 수 있다. 전통 먹거리를 많이 팔아서인지 대만 특유의 향내가 이채로운 스린야시장은 볼 것도, 살 것도, 먹을거리도 많다. 그중 한국 여행자 사이에서도 소문난 맛집으로 유명한 철판스테이크 식당. 주말에는 최소 대기만 30분 이상이라는데, 평일 저녁이라 운 좋게 바로 입장했다. 한데 종업원이 테이블로 안내만 했지, 메뉴판을 안 준다. 메뉴판을 요청하자 테이블 위 QR코드를 가리킨다. 무심한 응대 같아 당혹스러웠지만 QR코드 접속 후엔 흐뭇해진다. 스마트폰 안에서 한국어로 안내를 받아가며 다양한 메뉴를 차례로 주문할 수 있다니.


타이베이에선 중국어를 못해도 불편하지 않다. 이동도 식사도 초간편하게 해결된다. 비슷한 시스템이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국내에선 한 번도 경험 못 했던 일. 이런 보편화된 스마트화가 우리 도시들보다 선점 우위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린야시장, 식당 테이블 위 QR코드 | 사진 김재우

2nd day


세심하고 따뜻한 감성의 스마트 기술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다음 날. 호텔 인근에서 식사하고 커피 한잔 마시려 주문을 하니 영수증과 함께 낯선 종이 한 장을 더 건넨다. 커피전문점, 마트, 식당 등 모든 업장에서 영수증과 함께 발행되는 ‘영수증 복권’. 각종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1982년부터 시작해 어느새 40년이 넘은 제도인데, 상점 로고와 상호명, 영수증 일련번호 등이 기입되어 있다. 자영업자의 세금 누락을 막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도입의 기반이 된 이 영수증 복권은 어느새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행운의 상징이 됐다. 당첨일이 되면 앱을 통해 QR코드로 스마트하게 확인도 가능한데, 적게는 200대만달러(약 8,000원)부터 많게는 최대 1000만 대만달러(약 4억 원)까지도 당첨된다. 영수증은 즉석 기부도 가능하다. 해당 업장에선 기부받은 영수증을 모아 당첨이 되면 어려운 이웃에 전액 기부한다.


따뜻한 감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가 많이 내려 MRT역까지 걸어갈 수 없어 택시로 국립고궁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가는 내내 택시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는데 좌석 앞 스크린이 궁금해졌다. 다름 아닌 안심귀가 서비스. 한국의 안심귀가 서비스는 앱이 기반이라면, 타이베이는 여성·어린이·노인 등 취약계층이 택시로 이동할 때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현재 탑승하는 택시의 차량번호와 운행정보 등을 안심귀가 터치스크린이 전달해준다.

대만의 영수증 복권은 여행자에게도 인기, 타이베이 택시의 안심귀가 터치스크린 | 사진 김재우

3rd day


절약ㆍ재사용ㆍ재활용, 3R 환경운동


여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또 눈에 띄는 건, 공유 스쿠터 고쉐어(GoShare) 호환인 고고로(Gogoro)의 전기스쿠터 배터리 교환소. 2016년부터 시작된 4U 녹색&공유 교통 프로젝트는 자전거(YouBike), 전기스쿠터(U-motor), 전기차(U-EV), 공영주차장(U-Parking) 등의 공유 시스템을 말한다. 시·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개입으로 스마트시티의 면모를 훌륭히 갖춰나가는 타이베이. 시민들의 새로운 도시 혁신에 대한 요구와 갈망도 스마트시티 발전에 한몫 단단히 거드는 모양새다. 당장 불편하거나 번거로운데도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 기꺼이 동참한다.


실제로 타이베이엔 우리처럼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는 수거함이 동네에 거의 없다. 주거지역별로 합의된 날짜와 시간에 수거차(생활쓰레기와 음식물은 노란색, 재활용은 흰색)의 알림 음악소리가 울리면 일제히 집에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수거차를 놓치면 앱을 통해 실시간 이동경로를 파악해 유바이크와 전기스쿠터로 쓰레기봉투를 싣고 추격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게다가 타이베이는 영국 웨일즈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환경운동 3R 운동을 철저히 시행 중이다. 절약(reduce)ㆍ재사용(reuse)ㆍ재활용(recycle)의 각 첫머리 글자를 딴 3R 운동은 쓰레기봉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자를 절약하고 재활용하자’라는 환경운동 차원에서 모든 쓰레기(종량제)봉투엔 고유의 일련번호가 있고 옆에 바코드, 특수 형광잉크, 홀로그램 스티커 등이 있어 위조 방지와 함께 판매량과 회수율 추적이 가능하다.

전기스쿠터 배터리 교환소 | 사진 김재우

4th day


올드, 복잡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점점 확장


몇 년 전 방문과 달리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 달라진 건, 공항철도부터 교통 혼잡 개선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도로 곳곳에서 보인다는 점이다.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전기차 등의 등장으로 정체가 확 줄어든 것 같고, 여러 동네를 차례로 지나다 보니 공영주차장의 활용도도 높아 보였다. 앱을 통해 주차장의 실시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요금도 자동으로 결제하는 스마트 주차 시스템은 오래되고 복잡한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확장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터다.


외형만 보면 서울이 더 현대적이고 깨끗하며 특히 교통 환승과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은 타이베이도 부러워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우리보다 스마트시티 지수가 높은 건 왜일까. 바로 스마트 솔루션에 대한 정부 방침과 시민의 참여와 수용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술은 우리가 더 앞서 있을 수 있는데, 경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소통을 거친 사회적 합의와 협치일지도 모르겠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KIM JAEWOO assistant KIM CHEOL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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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일상을 엿보다 

URBAN SKETCH IN TAIPEI



XITY No.1 창간호

2023.05.08


꽤 여러 번 다녀왔다. 여행과 취재, 대만 국적의 항공사를 이용해 미국을 오가면서까지 스톱오버를 합하면 어림잡아 열 번 가까울지도. 도시 스타일의 모던함도 분명 있었는데, 오래되고 북적거리는 야시장이 먼저 떠오르는 건 왜일까. 타이베이의 속살을 다시금 들여다봐야 할 때다.

| 사진 김재우

스마트시티 인덱스(Smart City Index)에서 타이베이는 늘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들을 여유롭게(?) 따돌리는 순위다. 그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당장 여행 가고픈 헬싱키, 오클랜드, 제네바 같은 아름다운 도시들도 스마트시티 평가 앞에선 타이베이에 맥을 못 추는 격. 전 세계 100여 개국이 넘는 도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전문가들의 연구 분석, 여기에 스마트시티의 경제·기술적 측면과 삶의 질 고루고루의 항목을 토대로 내린 평가에서  자주 1위에 오르는 도시국가는 싱가포르.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감당해야 하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계획도시이니만큼 싱가포르는 단번에 인정된다. 한데 타이베이의 예상 밖 선전은 다소 의아한 기분마저 든다. 부러우면 지는 일? 휴가차 런던을 가려고 일찌감치 발권한 티켓을 적잖은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타이베이행으로 갈아타야 했던 이유다.

타이베이 시먼딩 입구 | 사진 김재우

QR코드 하나로 여행자의 자가 방역 유도


타이베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로 닫힌 국경의 문을 활짝 열기 시작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를 나눠준다. QR코드를 스캔하면 한국어를 포함한 7개 국가 언어로 ‘7일간 자가 방역 관련 내용’을 알기 쉽게 안내해준다. 총 4회분의 진단키트로 입국 당일 1차 검사를 시행하고, 이틀에 한 번꼴로 검사해 음성이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QR코드 하나로 여행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뭔가가 느껴지는 첫 순간이었다. 자가 진단키트를 공항에서 받았다 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할 필요는 없다. 무증상 여행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바로 시내로 향하면 된다.


2017년 개통된 고속공항철도를 이용하면  30여 분이면 타이베이 메인(중앙)역에 도달한다. 우리 공항철도 못지않게 쾌적한 내부는 물론이거니와 캐리어 수납공간까지 넉넉하다. 좌석 옆, 창가 밑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거치대(Charging Area)도 마련되어 있다. 선을 연결할 필요 없이 그저 스마트폰을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요즘은 카페서도 쉽게 볼 수 있다지만 개인적으론 편리한 신문물(?)을 타이베이에서 먼저 접한 기분이라 편안한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타오위안국제공항 입국장, 대만의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 | 사진 김재우

1st day


어디서든 만나는 공영자전거 무인대여소


호텔에 짐을 맡기고 유바이크로 호텔 인근을 둘러보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타이베이 교통부에서는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MRT역과 주요 명소 등에 공영자전거 무인대여소를 설치했다. 서울의 따릉이 무인대여소 규모와 수보다 훨씬 많다. 이 점이 최고 경쟁력이라고 할 만큼.


유바이크를 대여하려면 일단 회원 등록을 하는 게 좋다. 그중 대만 휴대폰 번호는 필수인데, 유심카드 구매 시 부여받은 현지 전화번호로도 가입 가능하다. 인증번호가 문자메시지로 오면 등록 완료. 키오스크도 친절하게 설치되어 있으니, 기기에 능한 스마터가 아니어도 무리 없이 대여 가능하다. 단, 자전거 브레이크나 바퀴 등의 상태는 꼼꼼하게 점검하는 게 좋다. 대여한 지 5분 내엔 교환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엔 어려울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유바이크가 좋은 이유는 멤버십 가입 후 첫 이용 시 30분간 이용요금이 5대만달러 할인된다는 것. 최근 전기자전거로 거의 교체된 유바이크는 2시간 이내 30분당 20대만달러(약 800원)로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유용하고 착한 교통수단이다.

호텔 앞 유바이크 무인대여소 | 사진 김재우

올드 야시장에 스며든 스마트 주문 서비스 


체크인 후 잠시 쉬다 이른 저녁 스린야시장을 찾았다.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다섯 정거장만 북쪽으로 이동하면 지엔탄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타이베이 최고 규모의 야시장을 만날 수 있다. 전통 먹거리를 많이 팔아서인지 대만 특유의 향내가 이채로운 스린야시장은 볼 것도, 살 것도, 먹을거리도 많다. 그중 한국 여행자 사이에서도 소문난 맛집으로 유명한 철판스테이크 식당. 주말에는 최소 대기만 30분 이상이라는데, 평일 저녁이라 운 좋게 바로 입장했다. 한데 종업원이 테이블로 안내만 했지, 메뉴판을 안 준다. 메뉴판을 요청하자 테이블 위 QR코드를 가리킨다. 무심한 응대 같아 당혹스러웠지만 QR코드 접속 후엔 흐뭇해진다. 스마트폰 안에서 한국어로 안내를 받아가며 다양한 메뉴를 차례로 주문할 수 있다니.


타이베이에선 중국어를 못해도 불편하지 않다. 이동도 식사도 초간편하게 해결된다. 비슷한 시스템이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국내에선 한 번도 경험 못 했던 일. 이런 보편화된 스마트화가 우리 도시들보다 선점 우위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린야시장, 식당 테이블 위 QR코드 | 사진 김재우

2nd day


세심하고 따뜻한 감성의 스마트 기술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다음 날. 호텔 인근에서 식사하고 커피 한잔 마시려 주문을 하니 영수증과 함께 낯선 종이 한 장을 더 건넨다. 커피전문점, 마트, 식당 등 모든 업장에서 영수증과 함께 발행되는 ‘영수증 복권’. 각종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1982년부터 시작해 어느새 40년이 넘은 제도인데, 상점 로고와 상호명, 영수증 일련번호 등이 기입되어 있다. 자영업자의 세금 누락을 막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도입의 기반이 된 이 영수증 복권은 어느새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행운의 상징이 됐다. 당첨일이 되면 앱을 통해 QR코드로 스마트하게 확인도 가능한데, 적게는 200대만달러(약 8,000원)부터 많게는 최대 1000만 대만달러(약 4억 원)까지도 당첨된다. 영수증은 즉석 기부도 가능하다. 해당 업장에선 기부받은 영수증을 모아 당첨이 되면 어려운 이웃에 전액 기부한다.


따뜻한 감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가 많이 내려 MRT역까지 걸어갈 수 없어 택시로 국립고궁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가는 내내 택시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는데 좌석 앞 스크린이 궁금해졌다. 다름 아닌 안심귀가 서비스. 한국의 안심귀가 서비스는 앱이 기반이라면, 타이베이는 여성·어린이·노인 등 취약계층이 택시로 이동할 때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현재 탑승하는 택시의 차량번호와 운행정보 등을 안심귀가 터치스크린이 전달해준다.

대만의 영수증 복권은 여행자에게도 인기, 타이베이 택시의 안심귀가 터치스크린 | 사진 김재우

3rd day


절약ㆍ재사용ㆍ재활용, 3R 환경운동 


여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또 눈에 띄는 건, 공유 스쿠터 고쉐어(GoShare) 호환인 고고로(Gogoro)의 전기스쿠터 배터리 교환소. 2016년부터 시작된 4U 녹색&공유 교통 프로젝트는 자전거(YouBike), 전기스쿠터(U-motor), 전기차(U-EV), 공영주차장(U-Parking) 등의 공유 시스템을 말한다. 시·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개입으로 스마트시티의 면모를 훌륭히 갖춰나가는 타이베이. 시민들의 새로운 도시 혁신에 대한 요구와 갈망도 스마트시티 발전에 한몫 단단히 거드는 모양새다. 당장 불편하거나 번거로운데도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 기꺼이 동참한다.


실제로 타이베이엔 우리처럼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는 수거함이 동네에 거의 없다. 주거지역별로 합의된 날짜와 시간에 수거차(생활쓰레기와 음식물은 노란색, 재활용은 흰색)의 알림 음악소리가 울리면 일제히 집에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수거차를 놓치면 앱을 통해 실시간 이동경로를 파악해 유바이크와 전기스쿠터로 쓰레기봉투를 싣고 추격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게다가 타이베이는 영국 웨일즈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환경운동 3R 운동을 철저히 시행 중이다. 절약(reduce)ㆍ재사용(reuse)ㆍ재활용(recycle)의 각 첫머리 글자를 딴 3R 운동은 쓰레기봉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자를 절약하고 재활용하자’라는 환경운동 차원에서 모든 쓰레기(종량제)봉투엔 고유의 일련번호가 있고 옆에 바코드, 특수 형광잉크, 홀로그램 스티커 등이 있어 위조 방지와 함께 판매량과 회수율 추적이 가능하다.

전기스쿠터 배터리 교환소 | 사진 김재우

4th day


올드, 복잡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점점 확장


몇 년 전 방문과 달리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 달라진 건, 공항철도부터 교통 혼잡 개선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도로 곳곳에서 보인다는 점이다.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전기차 등의 등장으로 정체가 확 줄어든 것 같고, 여러 동네를 차례로 지나다 보니 공영주차장의 활용도도 높아 보였다. 앱을 통해 주차장의 실시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요금도 자동으로 결제하는 스마트 주차 시스템은 오래되고 복잡한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확장해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터다.


외형만 보면 서울이 더 현대적이고 깨끗하며 특히 교통 환승과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은 타이베이도 부러워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우리보다 스마트시티 지수가 높은 건 왜일까. 바로 스마트 솔루션에 대한 정부 방침과 시민의 참여와 수용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술은 우리가 더 앞서 있을 수 있는데, 경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소통을 거친 사회적 합의와 협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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