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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들의 끊임없는 상상력과 그들의 도시
XITY No.1 창간호
2023.05.30
태양계를 넘어 우주를 탐험하던 그들은 우주의 모양에 대해서도 탐험하길 시작했다. 수없는 역사만 훑어보더라도 일반인은 쉽게 따라 할 수도 없는 일들. 그들은 도시의 역사에도 적잖은 관여를 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수학자들은 도시의 미래를 풀어내고 있다.
탐험가의 정신 : MATH
무언가를 개척한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수학자들은 그 길을 걸어왔다. 흔히 탐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떠오른다. 그것이 대륙의 발견이든 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득이든 우리가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도전정신 때문이다.
어떤 확신이 그를 바다를 건너게 했을까. 미지의 바다를 건너면 돌아올 자신이 있었을까. 바다의 끝을 향하다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콜럼버스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지구는 둥글다’라는 생각이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어렵게 표현하면 ‘지구 구형설’이다. 이전에도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많았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Pythagoras)나 위대한 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도 구형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콜럼버스 측근에 있던 토스카넬리(Toscanelli)도 지구 구형설을 주장했다.
콜럼버스의 모험이 있기까지 그에게 확신을 준 것은 수많은 수학자들의 지혜였다. 저 바다 먼 곳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던 그들은 천문학적 지식과 지평선 너머 선박 돛대의 모습을 가지고 구형설을 추론해냈다. 수학자들은 정해진 답을 계산하는 것에도 재주가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탐구하는 데도 흥미를 갖는다.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2000년 하버드대학교 수학자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클레이연구소(CMI)에서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수학 문제 일곱 가지를 뽑았다. 수학의 7대 난제라고도 불리는 이 중에는 리만 가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등이 있다. 참고로 이 일곱 가지 난제는 100만 달러(약 12억 원)의 상금이 걸린 문제들이다. 그중 유일하게 해결된 난제가 바로 푸앵카레-페렐만 정리다.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 1854)와 그리고리 페렐만(Grigori Yakovlevich Perelman, 1966)은 서로 다른 인물이다. 심지어 이 둘 간의 간극은 100년이 넘는다. 푸앵카레는 당시 한 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3차원 공간의 모든 단일 폐곡선이 하나의 점으로 모일 수 있다면 그 공간은 구와 위상적으로 같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추측에 그쳤고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페렐만의 증명으로 이 이론은 비로소 정리로 거듭난다. 수학에 어지간한 관심이 없다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 이론이 어떠한 상상력을 내포하고 있는지 들려주고 싶다.
수학자들은 이 이론을 통해 우주의 모양을 추측해낸다. 망원경을 놓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별을 관찰할 수 있는 그 거대한 우주 말이다.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 윌리엄 폴 서스턴(William Paul Thurston)은 푸앵카레의 접근을 기반으로 3차원에서 우주의 가능한 형태는 여덟 가지 혹은 그 조합으로 이뤄져 있음을 추측해낸다. 실을 매단 로켓을 우주로 보낸 후 실을 잡아당겨 회수가 되면(=하나의 점으로 모이면) 구, 그렇지 않으면 구 형태가 아니라는 접근을 활용했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도넛 모양도 있고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기괴한 모양도 있다. 큰 변수가 없다면 우주의 모양은 이 여덟 가지 안에서 결정될 확률이 높다. 수학자들이 그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런 존재다.
수학자, 도시를 디자인하다
그런 수학자들이 관여해왔던 공간이 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다. 건물 공사 현장을 한 번씩 바라볼 때면 경이로움을 느낀다. 하루 이틀 철재를 연결하고 쌓아올리다 보면 그것이 곧 건물이 된다. 단순한 생각이 아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건물은 모두 철저한 수학적 계산 속에서 진행된 결과물이다. 건축은 수학자들이 도시를 설계한 사례 단면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수학자들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한옥의 사이클로이드 곡선
한옥의 지붕을 보면 남다르다.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생김새다. 일반적으로 지붕의 목적은 햇빛과 열기, 비를 막기 위함이 크다. 한옥의 지붕도 이러한 목적을 고려했다. 단순한 직선이 아닌 곡선을 띠고 있다. 마치 설계한 듯 곡선의 미를 갖고 있다. 흔히들 사이클로이드(Cycloid) 곡선이라 부른다.
과학 관련 영상들을 보면 모든 구형 물체는 높이가 같을 때 바닥에 도달하는 시간도 같은가에 대한 실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모든 물체는 저항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상 같은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 걸리는 시간은 같다. 그러나 선을 타고 움직이는 물체일 경우 선의 모양에 따라 도달 시간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경사를 따라 A에서 B까지 도달하는 데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경로, 그것이 사이클로이드 곡선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시작 부분의 경사가 급하고 뒤쪽으로 갈수록 완만한 형태를 띠어 처음에 높은 가속을 주어 평균 속력을 높이는 원리를 갖고 있다. 한옥 기와에서 이러한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기와의 빗물이 빠르게 바닥에 떨어지도록 제작했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대부분 목재로 지어진 한옥 기와에 물이 고인다면 나무가 썩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옥 기와의 한국적 아름다움에는 수학에 기초한 선이 녹아 있다.
비례와 대칭 : 르네상스 건축 미학
흔히들 유럽의 르네상스 하면 아름다운 건축물이 함께 떠오른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던 르네상스 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실제로 대칭과 비례에 무게를 둔 건축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가 설계한 산 로렌초 성당이다. 대칭 설계와 함께 성당 내 신랑과 측랑의 비율을 2:1로 맞추는 등 비례를 고려해 건축했다. 또 그는 성당 내 아치를 받치기 위한 구조물을 사용하지 않아 비용을 절감하면서 대신 벽돌을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돔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하중을 견디기 위한 치밀한 설계와 계산이 녹아 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또 다른 인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가 있다. 그 또한 건축과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남긴 재미있는 건축물 중의 하나는 다리다. 흔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다리의 특이점은 접착제 없이도 튼튼한 다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막대를 엮는 것만으로도 그 기능을 구현해냈다. 그 당시엔 다리를 직접 짓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설계도를 중심으로 재현해보면 다리의 모양은 아치 형태를 띤다. 힘의 분산을 수학적으로 고려해 설계한 것으로 현시대에도 우수한 디자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노르웨이의 아스라는 작은 마을에 해당 디자인을 적용한 작은 크기의 다빈치 다리가 세워져 있다.
곡선의 도로와 교통의 규칙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분명히 일직선임에도 한 번씩 핸들을 조작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일자로 보이는데도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운전자들의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시간 혹은 거리별로 곡선을 일부러 넣어 놓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반 도로는 70초 이상 직선 주행을 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고속도로는 시속 120km를 기준으로 약 2.3km 간격으로 곡선이 끼어 있다. 그 밖에도 우리가 흔히 인지하지 못하는 곡선이 수학적으로 들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직선도로에서 회전도로로 빠지는 구간에 곡선이 숨겨져 있다. 이를 흔히 클로소이드 곡선이라 부른다.
이 곡선의 목적은 직선도로에서 지나친 속도의 급감 없이 회전도로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직선으로 주행하던 중 급작스럽게 한쪽에 회전 경로가 생기면 자동차가 경로를 벗어나거나 혹은 교통 체증을 일으킬 만큼 속도를 줄여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막는 것이다. 클로소이드 곡선의 또 다른 명칭은 오일러 스파이럴(Euler spiral)이며 오일러는 1700년대 대표적인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다.
도로와 교통 체계에도 수학자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명절이면 매번 숨 막히는 교통 체증을 경험하고는 한다. 이 지독한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연동형 교통 체계다. 연동형 신호 체계는 단어 자체로 떠올릴 수 있는 개념이다. 각 교통 체계가 ‘서로 연동되어 있다’라는 점이다. 쉽게 생각하면 A구간에서 B구간으로 넘어갈 때, B구간이 덜 막힌다면 A구간의 통과 신호를 평소보다 길게 할 수 있다. 그러면 A구간의 차량이 더 많이 B구간으로 넘어가 교통 체증이 해소된다.
정말 A->B->C 구간으로 넘어갈 때 정해진 신호 체계보다 유동적인 교통 체계가 더 교통 체증을 완화할 수 있을까. 수학자들은 이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입증하는 데 중점을 맞춘다. 실제로 일방통행 관점에서 연동 신호 체계를 사용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목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음을 보게 된다. 복잡한 가정이 들어가겠지만 단순한 도식 또는 사고만으로도 이는 설명 가능하다. B혹은 C의 적색 신호가 앞선 신호(A)에 맞춰 움직인다면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더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양방향 교통 체계 등 복잡한 조건이 들어가면 이 또한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수학자들은 연동형 교통 체계 자체가 갖는 효능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우리가 자율주행 차량을 통해 교통 체증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하는 것도 사실은 이러한 연동형 교통 체계의 연장선이다. 자율주행 차량과 신호 교통 체계가 V2X(Vehicle to Everything, 차량이 유·무선망을 통해 도로, 차량 등 다른 사물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라는 시스템을 통해 모두 연결되어 있는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수학자들의 이상적인 그림에는 교통 체증을 풀 실마리가 담겨 있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HANSA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