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JAM |
부루마블 주사위를 던지던 꿈이 이뤄진다
XITY No.2
2023.06.12
‘무한도전’으로 유명한 김태호 PD가 최근 새로운 여행 예능 방송을 시작했다. 국내 인기 여행 유튜버 3인이 부루마블게임을 통해 해외여행을 가고, 조회수가 가장 많은 유튜버는 최종 우승자가 되어 우주여행을 간다는 내용이다. 우주라고? 몇 년 전만 해도 허황되게 들렸을 텐데 우주여행이라는 특혜가 그리 멀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국내외 인플루언서들의 우주여행이 가시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어린 시절, 우주여행을 하는 그림은 상상화였는데, 이젠 풍경화가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우리는 이제 우주로 간다
우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다. 그는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하며 민간 우주 탐사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왜 우주에 빠졌을까? 어려서부터 SF 소설 읽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특히 러시아 출신의 미국 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의 소설 《파운데이션(Foundation)》 시리즈에 깊이 감동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일론 머스크의 인생과 향후 창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소설은 은하제국의 멸망에 대비해 인류의 과학문명을 보존하기 위한 파운데이션의 설립과 초기 발전 과정을 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책을 읽고 화성에 가겠다는 꿈을 꿨다. 그는 전자결제업체 X닷컴(페이팔의 전신)을 창업한 후 다시 매각해서 벌어들인 큰돈으로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02년 우주 스타트업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지구인들을 화성에서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그는 지금까지 인류가 적어도 다섯 번 정도 멸종 위기를 겪었으며 언제라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에게 화성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중요한 미션인 것이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역시 마찬가지다. 그도 SF 소설을 즐겨 읽었다. 달에 놀이공원을 개발하는 상상을 했고, 반드시 꿈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우주탐사개발학생회(SEDS) 회장을 하며, 동료 학생들에게 지구는 유한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와 인구가 계속해서 성장하면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전파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우주 로켓 기업인 블루오리진(Blue Origin)을 설립했다.
두 천재의 우주 사랑에도 불구하고 진입 장벽은 있었다. 우주 발사체를 한 번 쏘아올리는 데 발생하는 비용이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넘는다는 것이다. 실패라도 하면 금세 자금 압박으로 다가온다. 워낙 많은 비용이 소요되다 보니 민간기업들은 쉽사리 우주산업 진출에 나서지 못했다. 만약 발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기적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는 발사체를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오랜 기간 매달렸고, 마침내 성공했다. 발사체 재활용 기술은 유튜브에서 ‘Space X landing’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블루오리진 역시 스페이스X에 한 달 앞서 발사체 재활용에 성공했다.
발사체 재활용의 성공으로 우주여행도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지금도 우주여행 예약을 받고 있다.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은 여행 예약금까지 받으면서 우주여행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우주여행 대기 고객은 2021년 기준으로 7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올해 우주여행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야심작 ‘부루마불 세계여행’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페이스X가 최초의 민간 달 여행객으로 선정했던 조조타운(ZOZOTOWN)의 설립자, 마에자와 유사쿠 대표가 추진하는 ‘디어문(deerMoon)’ 프로젝트도 올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디어문은 마에자와 유사쿠 대표가 추진하는 민간 최초의 달 여행 프로젝트로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타십(Starship) 우주선을 타고 일주일간 달 궤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우주여행 프로그램이다. 249개국 100만 명 이상이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지난해 말 5개국 8명으로 구성된 여행객 명단이 최종 공개됐다. 이 명단에는 인기가수 빅뱅의 일원인 탑도 포함돼 있어 관심을 끌었다. 아직 디어문 프로젝트가 언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스타십 개발 일정과 맞물려 있는데 개발이 지연되면서 시험비행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빅뱅의 탑이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우주를 여행하게 된다.
그렇다면 첫 번째는 누구였을까? 기억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국내 첫 우주 여행객은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을 다녀온 이소연 박사다.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과학기술부)가 지난 2006년 우주 비행자 모집 공고를 했을 때, 최종 후보로 선정된 2인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2008년 4월 마침내 한국인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했다. 한국인 중 유일하게 우주에 다녀온 이소연 박사는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우주여행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과연 그는 우주여행에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한국인 최초로 우주를 다녀온 이소연 박사를 만나보았다.
| 사진 황필주
우주에서 기다릴게요
이소연 박사(이하 이)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심각함이라곤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당시 공대 박사과정에 있었는데, 하루 종일 연구실 사람들이랑 실험하고 연구만 하다 보니까 별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무렵에 무슨 우주인을 선발해서 우주로 보낼 수도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는 거예요. 자연스레 “우리 연구실에서는 누가 지원해볼까?”라는 농담이 나왔죠. 그리고 사실 우주가 공대생들에게는 관심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근데 당시 박사과정의 대부분은 병역특례 중이었어요. 어떻게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겠냐고 자연스레 탈락했죠. 결혼한 선배님들은 가정이 있어서 포기했고, 그러다 보니 저만 남더라고요. 누가 시켜준다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장난으로 끝났어요. 그러다 시간이 꽤 흘러서 정말로 우주인 지원을 받는다는 소식이 올라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야, 이소연 나가자!” 이렇게 됐어요. 그래서 지원하게 됐고요.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연예인 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별생각 없이 지원했다가 우주인 됐다는 이야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때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이소연 박사가 우주인에 선발되고, 진짜 우주에 가게 될 것이라고는.
이 4월 21일로 기억해요. 어차피 안 되겠지만 심사위원들한테 그나마 어필하려면 사이트 열리자마자 지원해야 될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웹사이트가 다운됐더라고요. 계속 시도해도 안 됐어요. ‘그래 내가 무슨 우주냐’ 하면서 맥주 한잔하러 가서 다 잊었어요. 다음 날이 되니까 또 궁금하더라고요.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 보니 5,000명 정도가 이미 지원했더군요. 지원서 쓰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서, 또 해보기로 했으니까 늦었지만 지원했어요. 최종적으로 3만 6,000명 넘게 지원했다고 해서 당연히 안 될 줄 알았죠. 며칠 뒤에 연락이 왔는데 체력시험 보러 오라는 거예요.
농담 삼아 말했던 우주인의 소망이 첫 단계를 통과한 것. 그래도 우주에 가는 건데, 아무나 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 우주인이 되는 과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궁금했다.
이 체력 테스트를 했어요. 가볍게 시작한 일이 커졌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막상 시작하니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오기도 생기더라고요. 열심히 준비했고, 최종으로 뽑혔죠. 그리고 러시아로 갔는데 학부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어요. 수업하고 시험 치르기의 반복이었죠. 처음 6개월은 러시아어를 배웠는데, 제가 영어를 하면 통역장교가 러시아어로 통역해줬어요. 6개월 지나면 통역장교 없이 저 스스로 러시아어로 대화를 해야 했고요. 하루에 4시간씩 러시아어 수업을 듣고, 2~3시간씩 숙제를 했죠. 러시아어가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 후 6개월은 시뮬레이터 안에 앉아서 비행과 똑같은 훈련을 반복했어요. 같은 훈련의 반복이지만 재미있었어요. 생각하시는 것처럼 육체적으로 힘든 훈련은 별로 없었죠.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운동은 적게 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운동하다가 다치면 안 되니까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체력단련, 가벼운 러닝, 수영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우주에서 기다릴게》는 우주인의 탄생부터 국제우주정거장 체류, 지구 귀환과 내일의 우주 이야기까지, 대한민국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펼치는 호기심과 용기의 기록이 담겨 있다. | 사진 제공 위즈덤하우스
러시아어를 배우고,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한 훈련도 소화했다. 그렇게 1년여의 준비를 마친 이소연 박사는 마침내 우주로 갔다. 물론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초 우주여행은 고산 씨가 선정됐고, 이소연 박사는 예비 우주인이었다. 갑작스레 고산 씨 대신 우주에 가게 되면서 예기치 못한 일도 생겼다. 우주에 가서 수행할 실험용품은 다 준비했지만 개인용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우주에 가봤던 미국, 러시아 우주인들은 준비도 체계적이었던 데 반해 이소연 박사는 그럴 경황도 없었다. 다행히 친하게 지내던 러시아인의 도움으로 간단한 로션, 립밤 등의 개인용품부터 가족사진, 다이어리를 챙겨서 마침내 우주로 향했다. 어렵게 간 우주. 그곳 생활은 어땠을까? 2008년 4월 8일, 우주에 간 지 이틀째 되던 날, 이소연 박사의 “안녕하세요? 여기는 우주입니다”라는 인사를 TV를 통해 지켜보던 기억을 회상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 정말 장관이었어요. 사실 우주의 모습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직접 보니… 뭐랄까. TV에서 보던 좋아하는 연예인을 마치 눈앞에서 본 경험이었어요. 기분이 묘했어요. 특히 우주에서 보면 지평선이 약간 휘어 있거든요. 휘어진 지평선 뒤로 해가 뜨거나 지면 여러 색이 스펙트럼처럼 보여요. 진짜 예뻤어요. 또 별을 보면 대기가 있으니까 별들이 노란색으로 보이잖아요? 대기권 위에서 바라본 별은 자연 그대로의 색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온도가 높은 별은 파란색, 온도가 낮은 별은 빨간색이라고 배웠는데, 그런 걸 경험해보지 못하다가 직접 이 광경을 지켜보니까… 와… 진짜 컬러풀했어요. 내가 우주에 왔다는 생각이 그때 들더라고요. 그리고 태풍이 만들어지는 광경, 지구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구름 위로 번개가 치는 광경 등 정말 감동이었어요.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이소연 박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때의 추억을 소환하는 모습을 앞에서 지켜보면서 꼭 우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미지의 세계 우주에서 바라보는 찬란한 광경, 그리고 책으로만 배운 여러 현상을 직접 목격하는 경험. 왜 우주여행을 갈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주에서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무중력 생활 그리고 낯설고 어려운 환경 등. 우주여행을 간다면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까? 우주가 건조하다는 것은 이소연 박사의 개인 물품(로션, 립밤)에서 어느 정도 알았으니,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2008년 4월 8일부터 19일까지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며 과학실험 18가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구로 돌아왔다. | 사진 제공 위즈덤하우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HAN DAE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