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DIFFERENT | 

세상을 바꾸는 덕후의 열정을 나열하다



XITY No.2

2023.06.12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즐기는 사람, 흔히 말하는 덕후들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그들이 바꿔가는 세상은 스마트시티와 연결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분해하고 놀던 빌 게이츠가 만든 컴퓨터는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고, 어려서부터 교실 뒤에서 로켓을 쏘던 일론 머스크가 만든 자율주행차와 저궤도 위성 역시 앞으로 그럴 것이다. 어쩌면 우리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덕후들의 생활을 그려봤다.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who do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난 1997년 애플의 광고 ‘Think different Apple(다른 것을 생각하라)’의 문구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한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물론 몇몇 사람들은 큰 꿈을 꾸면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야망을 가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포기한다.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되고,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테니까. 그러나 가끔 있다. 지금은 해외여행을 갈 때 당연하게 비행기를 타지만, 처음에 사람도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주장한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의 말을 과연 몇 명이나 믿었을까? 대부분 ‘미친놈’ 취급을 했더란다.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자동차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헨리 포드(Henry Ford)는 자동차의 대중화를 꿈꿨지만, 역시 ‘미친놈’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던 빌 게이츠(Bill Gates)는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으로 메이저리그 야구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라디오로 야구를 볼 수 있는데 왜 인터넷이 필요하냐는 조롱을 받았다. 지난 경기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을 이어가자, 녹화해서 본다는 비아냥에 더 이상을 말을 잇지 못했다(정확히는 어이가 없어서 더는 말을 못 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휴대폰에서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듣는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조롱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PDA 폰을 쓰면 된다”, “요즘 휴대폰이 소형화되는 추세인데 너무 크다”, “MP3 플레이어로 들으면 되는데 무슨 스마트폰이냐” 등. 하지만 그는 미친 소리를 현실로 이뤄냈다.


이렇게 미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얼핏 보면 사회 부적응자, 문제아,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들이 세상을 바꾸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다르다’라는 이유로 받게 될 사회의 비판이나 조롱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직하게 꿈을 현실화할 의지와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조롱이나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에 순응해간다. 오죽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까지 있을까.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이들은 모범생보다 덕후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흔히 말하는 ‘덕후’를 좋아한다. 직접 세상을 바꿀 용기는 없지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바꿔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기 때문이다.  수많은 덕후 중에서 어떤 덕후를 만나볼까 정말 고심이 많았다.


앞선 선배 덕후(?)들이 새로운 기술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쳤듯, 지금 등장하는 기술 중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들을 생각해봤다. AI(인공지능)도 있지만, 아무래도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블록체인 기술이 생각났다. 더구나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금융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줄 것이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게 뭐가 있을까? 어쩌면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경기일지도 모른다.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로만 구성된 팀끼리 축구 경기를 하면 과연 재미있을까? 그래서 전 세계인이 즐기고 사랑하는 축구가 생각났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 흔한 인사로 “밥 한번 먹자”라고 하듯 식사를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하다. 식생활 쪽에서 덕후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생각난 인물이 있었다.


나에겐 아직도 판사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한 법무법인 LKB의 이정엽 변호사(블록체인), 축구를 너무 사랑하는 핏투게더의 김기현 이사, 그리고 해산물을 사랑하는 ‘횟집산이네’의 김성대 팀장을 찾아갔다.

| 사진 황필주

블록체인에 푹 빠진 이정엽 변호사

(前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관련된 기술자 혹은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최근에는 챗GPT 열풍으로 AI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고, 과거 블록체인이 등장할 때도 그랬다. 다만 블록체인은 기술과 금융이 만난다는 점에서 금융인 출신들의 목소리도 컸다. 그러다 어느 날, 이정엽 부장판사가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센세이션이나 다름없었다. 개인이 갚을 수 없는 빚의 고통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인 서울회생법원에서 미래 혁신기술인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괴짜 판사라는 소개는 흥미로웠다. 어쩌면 2017년 당시에 새로 등장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아직은 무법 상태다 보니 부장판사의 등장만으로도 뭔가 모를 든든함을 채워줬을지 모르겠다. 그는 단순히 블록체인을 공부하자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진심이었다. 직접 블록체인법학회를 만들고 《블록체이니즘 선언》이라는 책도 썼다. 당시 이정엽 부장판사 겸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처음 만난 자리는 블록체인법학회 오프라인 미팅 자리였다. 의외였던 건 판사의 깔끔한 정장 차림이 아닌, 화려한 파티복으로 등장한 그의 모습에 동공 지진이 난 줄 알았다. 그 후 직접 몇 차례 연락도 해오면서 금융권에서는 어떻게 준비하는지 질문하기도, 때로는 금융회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20년간 입었던 판사복을 벗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대형 로펌으로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더 이상 이러고 있으면 늦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벚꽃이 한창이던 4월 초 어느 날, 그를 만나러 서초동 법무법인 LKB를 찾았을 때 이정엽 변호사는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그런 느낌이랄까? 소감을 묻는 첫 질문에 돌아온 대답도 비슷했다.


이정엽 변호사(이하 이) 너무 변화 속도가 빨라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한 10년은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업계에 있는 친구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공부하는데, 제가 어떻게 따라잡겠어요?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까지 통과하고, 부장판사까지 하신 분이 공부를 따라잡기가 벅차다니 놀랍네요. 사법시험과 비교하면 블록체인 공부는 어땠어요?

지금이 훨씬 좋고 재미있어요. 다시 태어나면 사법시험 안 볼 거예요. 마음껏 창업하고, 마음껏 실패할래요. 사법시험 본 게 1998년 IMF 때였는데, 길이 이것밖에 안 보였어요. 대학교 때 철학을 전공했는데, 솔직히 기업들이 좋아하는 전공은 아니죠. 그리고 사법시험은 그냥 저 혼자만 공부하면 돼요. 정직하게 점수가 나오잖아요. 근데 블록체인이나 비즈니스라는 것은 혼자 할 수가 없어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전 지금이 훨씬 좋아요.


과연 블록체인 덕후답네요. 그런데 왜 블록체인에 빠진 거예요? 

고등학교 때까지 이과였어요. 우리 때는 서울대 물리학과가 점수가 가장 높았고, 제 목표도 물리학과였어요.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했고요. 법원에 와서 일을 하는데 최신 이론의 물리학이 정보와 관련된 것이 많아지더라고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디지털 정보와 관련된 문제도 많아지고. 계속 그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차’ 싶더라고요. 정보의 내용이 전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소유가 되는 게 보이는데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 무렵, 2015년쯤 되는데, 그때부터 관련 책을 읽는데 ‘당신의 정보는 당신의 것이 아니다’라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들이 많았어요. 김진화 대표의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도 그때 읽었고요.


과학 소년이 법원에서 일하면서 느낀 궁금함으로 책을 읽다가 블록체인을 접한 셈이군요. 그럼 2015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건가요?

사실 그때는 놓쳤어요. 2017년 비트코인이 300만 원이 넘기 시작하면서 다시 생각이 나더라고요(웃음). 비트코인보다 블록체인을 먼저 들여다봤어요.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정부 주체에 대해 보상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누구나 블록체인을 접한 계기는 다르다. 나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 가격과 새로운 자산의 탄생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반면 이정엽 변호사는 정보의 소유와 관련된 여러 법적인 문제를 지켜보면서 향후 문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블록체인을 대안으로 접했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그래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단순히 블록체인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직접 법학회를 만들고 공부를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그는 처음 블록체인을 접한 순간을 ‘번지점프’로 표현했다.


그래도 블록체인에 이렇게 몰두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번지점프 같았어요. 솔직히 그때, 아니 지금도 블록체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떻게 알겠어요? 미래를 모르니까 그냥 지나쳐 갈 수도 있고, 뛰어내릴 수도 있고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죠.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번지점프를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편하게 가기보다는 한번 뛰어내려보자고 선택한 거죠.


사실 가격이 오를 때는 누구나 환호한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고, 루나, FTX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하면 그 관심은 차갑게 식곤 한다. 지난 몇 년간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실망한 사람도,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는 이른바 ‘탈블(탈블록체인)’ 현상도 많았다. 이정엽 변호사는 한 번도 블록체인에 몰입한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을까.


전 블록체인은 최소 10년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니까 블록체인이 새로운 디지털 정보사회에서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그런 논의가 줄었다고 생각해요. 당장 돈이 되니까요. 그러다가 2018년 약세장에 진입을 했죠. 전 오히려 그때 공부를 더 했고, 《블록체이니즘 선언》이라는 책도 썼어요. 요즘은 시대정신이라는 표현을 잘 안 쓰더라고요? 디지털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시대정신이 있어야 그에 맞춰 여러 가지 제도나 인터넷상 도덕 같은 게 더 잡힐 텐데, 당장의 비즈니스만 좇다 보니 많은 사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우리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블록체인을 대하는 그의 진한 애정은 지면에 다 옮기기도 벅찰 정도였다. 문득 정든 법원을 떠나 과연 어떤 모습으로 블록체인 업계에 기여하고 싶었던 것일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솔직히 가상자산이 문제가 많다 보니 피해자도 많아요. 투자자들이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향후 몇 년간 일종의 레귤레이션 센터를 갖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걸 법률가들만 할 수는 없어요. 보안, 토큰 이코노미 같은 기술적 배경도 필요하고, 프로젝트의 개발 능력도 검증해야 하고요. 증권성 판단과 같은 법적인 논의도 필요하겠죠. 세금이나 회계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걸 제공하는 센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소위 블록체인 정신처럼 투명하게 운영하는 프로젝트와 같이 성장하고 싶었고요. 나중에 잘되면 전문가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전문가가 상주할 필요는 없고, 개별 프로젝트 때마다 상황에 맞는 전문가를 초빙하면 되니까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요. NFT 발행을 통해 자문을 해주는 시도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블록체인의 미래를 믿기 때문에 좋은 토양 위에서 블록체인이 미래를 바꿔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마침 최근 금융사들이 토큰증권 혹은 STO(Security Token Offering)를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저는 앞으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금융 업무를 할 거라고 봐요. 결국 금산분리도 언젠가는 무너지겠죠. 과거에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금산분리를 했어요. 어느 기업이 거대 자본을 지렛대 삼아서 많은 회사들을 좌지우지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어때요? 해외 주식, 코인 등 해외 자산 투자가 너무 쉽잖아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국경의 제약이 없는데 국내법으로 막기 힘들어요. 이걸 자꾸 고수한다면 결국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가겠죠. 블록체인은 권력 집중을 분산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누구도 그걸 소유하지 못하면 금산분리의 의미가 없어져요. 토큰증권은 그런 점에서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영화를 예로 들어볼게요.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면 마지막에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투자 제작자 리스트가 쭉 뜨잖아요. 대부분은 크라우드펀딩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크라우드펀딩은 완전히 정산 받기 전까지는 투자에 대한 보상도 어렵고, 영화제작사에서 정산하면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 구조예요. 실제로는 흥행이 잘됐어도 수익이 적다고 불평을 느끼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이런 문제를 토큰증권을 통해 투명하게 거래하면 개봉 전에 거래가 시작될 테고, 그럼 투자에 대한 회수도 빨라질 수 있죠. 시사회권이랑 연계할 수도 있고요. 프로그래밍을 통해 여러 혜택을 구현하면 다양하게 응용할 수가 있는 겁니다. 일단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시도를 한다는 자체도 큰 의미가 있고, 다양한 시도가 나와서 우리 금융도 한 단계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블록체인을 잘 활용하면 이젠 누구나 손쉽게 금융 업무를 다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이야기하며 그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시도 중인 우리나라 토큰증권 제도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식 질문을 해봤다.


이정엽 변호사에게 블록체인이란?

가족과 건강을 제외하곤, 제 삶의 의미라고 할 수 있죠. 법률적인 일을 하지만 블록체인과 관련된 일을 할 때가 즐거워요.


선망받는 직업을 포기한 이정엽 전 판사 겸 블록체인 덕후.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정보사회의 든든한 토대를 만들어볼 테니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해 보란다. 그의 번지점프가 성공하고, 그를 지켜본 이들의 번지점프가 성공한다면 그 번지점프는 무모한 도전이 아닌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의 멋진 점프를 기대한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HAN DAEHOON




THINK DIFFERENT |  

세상을 바꾸는 덕후의 열정을 나열하다


XITY No.2

2023.06.12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즐기는 사람, 흔히 말하는 덕후들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그들이 바꿔가는 세상은 스마트시티와 연결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분해하고 놀던 빌 게이츠가 만든 컴퓨터는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고, 어려서부터 교실 뒤에서 로켓을 쏘던 일론 머스크가 만든 자율주행차와 저궤도 위성 역시 앞으로 그럴 것이다. 어쩌면 우리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덕후들의 생활을 그려봤다.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who do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난 1997년 애플의 광고 ‘Think different Apple(다른 것을 생각하라)’의 문구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한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물론 몇몇 사람들은 큰 꿈을 꾸면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야망을 가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포기한다. 개인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되고,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테니까. 그러나 가끔 있다. 지금은 해외여행을 갈 때 당연하게 비행기를 타지만, 처음에 사람도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주장한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의 말을 과연 몇 명이나 믿었을까? 대부분 ‘미친놈’ 취급을 했더란다.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자동차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헨리 포드(Henry Ford)는 자동차의 대중화를 꿈꿨지만, 역시 ‘미친놈’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던 빌 게이츠(Bill Gates)는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넷으로 메이저리그 야구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라디오로 야구를 볼 수 있는데 왜 인터넷이 필요하냐는 조롱을 받았다. 지난 경기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을 이어가자, 녹화해서 본다는 비아냥에 더 이상을 말을 잇지 못했다(정확히는 어이가 없어서 더는 말을 못 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휴대폰에서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듣는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조롱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PDA 폰을 쓰면 된다”, “요즘 휴대폰이 소형화되는 추세인데 너무 크다”, “MP3 플레이어로 들으면 되는데 무슨 스마트폰이냐” 등. 하지만 그는 미친 소리를 현실로 이뤄냈다.


이렇게 미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얼핏 보면 사회 부적응자, 문제아,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들이 세상을 바꾸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다르다’라는 이유로 받게 될 사회의 비판이나 조롱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직하게 꿈을 현실화할 의지와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조롱이나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에 순응해간다. 오죽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까지 있을까.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이들은 모범생보다 덕후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흔히 말하는 ‘덕후’를 좋아한다. 직접 세상을 바꿀 용기는 없지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바꿔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기 때문이다.  수많은 덕후 중에서 어떤 덕후를 만나볼까 정말 고심이 많았다.


앞선 선배 덕후(?)들이 새로운 기술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쳤듯, 지금 등장하는 기술 중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들을 생각해봤다. AI(인공지능)도 있지만, 아무래도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블록체인 기술이 생각났다. 더구나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금융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줄 것이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게 뭐가 있을까? 어쩌면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경기일지도 모른다.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로만 구성된 팀끼리 축구 경기를 하면 과연 재미있을까? 그래서 전 세계인이 즐기고 사랑하는 축구가 생각났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 흔한 인사로 “밥 한번 먹자”라고 하듯 식사를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하다. 식생활 쪽에서 덕후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생각난 인물이 있었다.


나에겐 아직도 판사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한 법무법인 LKB의 이정엽 변호사(블록체인), 축구를 너무 사랑하는 핏투게더의 김기현 이사, 그리고 해산물을 사랑하는 ‘횟집산이네’의 김성대 팀장을 찾아갔다.

| 사진 황필주

블록체인에 푹 빠진 이정엽 변호사

(前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관련된 기술자 혹은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최근에는 챗GPT 열풍으로 AI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고, 과거 블록체인이 등장할 때도 그랬다. 다만 블록체인은 기술과 금융이 만난다는 점에서 금융인 출신들의 목소리도 컸다. 그러다 어느 날, 이정엽 부장판사가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센세이션이나 다름없었다. 개인이 갚을 수 없는 빚의 고통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인 서울회생법원에서 미래 혁신기술인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괴짜 판사라는 소개는 흥미로웠다. 어쩌면 2017년 당시에 새로 등장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아직은 무법 상태다 보니 부장판사의 등장만으로도 뭔가 모를 든든함을 채워줬을지 모르겠다. 그는 단순히 블록체인을 공부하자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진심이었다. 직접 블록체인법학회를 만들고 《블록체이니즘 선언》이라는 책도 썼다. 당시 이정엽 부장판사 겸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처음 만난 자리는 블록체인법학회 오프라인 미팅 자리였다. 의외였던 건 판사의 깔끔한 정장 차림이 아닌, 화려한 파티복으로 등장한 그의 모습에 동공 지진이 난 줄 알았다. 그 후 직접 몇 차례 연락도 해오면서 금융권에서는 어떻게 준비하는지 질문하기도, 때로는 금융회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20년간 입었던 판사복을 벗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연히 대형 로펌으로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더 이상 이러고 있으면 늦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벚꽃이 한창이던 4월 초 어느 날, 그를 만나러 서초동 법무법인 LKB를 찾았을 때 이정엽 변호사는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그런 느낌이랄까? 소감을 묻는 첫 질문에 돌아온 대답도 비슷했다.


이정엽 변호사(이하 이) 너무 변화 속도가 빨라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한 10년은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업계에 있는 친구들은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공부하는데, 제가 어떻게 따라잡겠어요?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까지 통과하고, 부장판사까지 하신 분이 공부를 따라잡기가 벅차다니 놀랍네요. 사법시험과 비교하면 블록체인 공부는 어땠어요?

지금이 훨씬 좋고 재미있어요. 다시 태어나면 사법시험 안 볼 거예요. 마음껏 창업하고, 마음껏 실패할래요. 사법시험 본 게 1998년 IMF 때였는데, 길이 이것밖에 안 보였어요. 대학교 때 철학을 전공했는데, 솔직히 기업들이 좋아하는 전공은 아니죠. 그리고 사법시험은 그냥 저 혼자만 공부하면 돼요. 정직하게 점수가 나오잖아요. 근데 블록체인이나 비즈니스라는 것은 혼자 할 수가 없어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전 지금이 훨씬 좋아요.


과연 블록체인 덕후답네요. 그런데 왜 블록체인에 빠진 거예요? 

이 고등학교 때까지 이과였어요. 우리 때는 서울대 물리학과가 점수가 가장 높았고, 제 목표도 물리학과였어요.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했고요. 법원에 와서 일을 하는데 최신 이론의 물리학이 정보와 관련된 것이 많아지더라고요.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디지털 정보와 관련된 문제도 많아지고. 계속 그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아차’ 싶더라고요. 정보의 내용이 전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소유가 되는 게 보이는데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 무렵, 2015년쯤 되는데, 그때부터 관련 책을 읽는데 ‘당신의 정보는 당신의 것이 아니다’라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들이 많았어요. 김진화 대표의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도 그때 읽었고요.


과학 소년이 법원에서 일하면서 느낀 궁금함으로 책을 읽다가 블록체인을 접한 셈이군요. 그럼 2015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건가요?

사실 그때는 놓쳤어요. 2017년 비트코인이 300만 원이 넘기 시작하면서 다시 생각이 나더라고요(웃음). 비트코인보다 블록체인을 먼저 들여다봤어요.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정부 주체에 대해 보상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누구나 블록체인을 접한 계기는 다르다. 나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 가격과 새로운 자산의 탄생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반면 이정엽 변호사는 정보의 소유와 관련된 여러 법적인 문제를 지켜보면서 향후 문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블록체인을 대안으로 접했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랄까? 그래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단순히 블록체인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직접 법학회를 만들고 공부를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그는 처음 블록체인을 접한 순간을 ‘번지점프’로 표현했다.


그래도 블록체인에 이렇게 몰두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번지점프 같았어요. 솔직히 그때, 아니 지금도 블록체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떻게 알겠어요? 미래를 모르니까 그냥 지나쳐 갈 수도 있고, 뛰어내릴 수도 있고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죠.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번지점프를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편하게 가기보다는 한번 뛰어내려보자고 선택한 거죠.


사실 가격이 오를 때는 누구나 환호한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고, 루나, FTX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하면 그 관심은 차갑게 식곤 한다. 지난 몇 년간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실망한 사람도, 블록체인 업계를 떠나는 이른바 ‘탈블(탈블록체인)’ 현상도 많았다. 이정엽 변호사는 한 번도 블록체인에 몰입한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을까.


 전 블록체인은 최소 10년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가격이 갑자기 급등하니까 블록체인이 새로운 디지털 정보사회에서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그런 논의가 줄었다고 생각해요. 당장 돈이 되니까요. 그러다가 2018년 약세장에 진입을 했죠. 전 오히려 그때 공부를 더 했고, 《블록체이니즘 선언》이라는 책도 썼어요. 요즘은 시대정신이라는 표현을 잘 안 쓰더라고요? 디지털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시대정신이 있어야 그에 맞춰 여러 가지 제도나 인터넷상 도덕 같은 게 더 잡힐 텐데, 당장의 비즈니스만 좇다 보니 많은 사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우리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블록체인을 대하는 그의 진한 애정은 지면에 다 옮기기도 벅찰 정도였다. 문득 정든 법원을 떠나 과연 어떤 모습으로 블록체인 업계에 기여하고 싶었던 것일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솔직히 가상자산이 문제가 많다 보니 피해자도 많아요. 투자자들이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향후 몇 년간 일종의 레귤레이션 센터를 갖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걸 법률가들만 할 수는 없어요. 보안, 토큰 이코노미 같은 기술적 배경도 필요하고, 프로젝트의 개발 능력도 검증해야 하고요. 증권성 판단과 같은 법적인 논의도 필요하겠죠. 세금이나 회계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걸 제공하는 센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소위 블록체인 정신처럼 투명하게 운영하는 프로젝트와 같이 성장하고 싶었고요. 나중에 잘되면 전문가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전문가가 상주할 필요는 없고, 개별 프로젝트 때마다 상황에 맞는 전문가를 초빙하면 되니까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요. NFT 발행을 통해 자문을 해주는 시도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블록체인의 미래를 믿기 때문에 좋은 토양 위에서 블록체인이 미래를 바꿔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마침 최근 금융사들이 토큰증권 혹은 STO(Security Token Offering)를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앞으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금융 업무를 할 거라고 봐요. 결국 금산분리도 언젠가는 무너지겠죠. 과거에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금산분리를 했어요. 어느 기업이 거대 자본을 지렛대 삼아서 많은 회사들을 좌지우지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어때요? 해외 주식, 코인 등 해외 자산 투자가 너무 쉽잖아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국경의 제약이 없는데 국내법으로 막기 힘들어요. 이걸 자꾸 고수한다면 결국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가겠죠. 블록체인은 권력 집중을 분산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누구도 그걸 소유하지 못하면 금산분리의 의미가 없어져요. 토큰증권은 그런 점에서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영화를 예로 들어볼게요.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면 마지막에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투자 제작자 리스트가 쭉 뜨잖아요. 대부분은 크라우드펀딩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크라우드펀딩은 완전히 정산 받기 전까지는 투자에 대한 보상도 어렵고, 영화제작사에서 정산하면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 구조예요. 실제로는 흥행이 잘됐어도 수익이 적다고 불평을 느끼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이런 문제를 토큰증권을 통해 투명하게 거래하면 개봉 전에 거래가 시작될 테고, 그럼 투자에 대한 회수도 빨라질 수 있죠. 시사회권이랑 연계할 수도 있고요. 프로그래밍을 통해 여러 혜택을 구현하면 다양하게 응용할 수가 있는 겁니다. 일단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시도를 한다는 자체도 큰 의미가 있고, 다양한 시도가 나와서 우리 금융도 한 단계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블록체인을 잘 활용하면 이젠 누구나 손쉽게 금융 업무를 다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이야기하며 그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시도 중인 우리나라 토큰증권 제도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식 질문을 해봤다.


이정엽 변호사에게 블록체인이란?

 가족과 건강을 제외하곤, 제 삶의 의미라고 할 수 있죠. 법률적인 일을 하지만 블록체인과 관련된 일을 할 때가 즐거워요.


선망받는 직업을 포기한 이정엽 전 판사 겸 블록체인 덕후.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정보사회의 든든한 토대를 만들어볼 테니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해 보란다. 그의 번지점프가 성공하고, 그를 지켜본 이들의 번지점프가 성공한다면 그 번지점프는 무모한 도전이 아닌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의 멋진 점프를 기대한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HAN DAE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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