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ISSUE | PART 4 

일본 대학생들 : 집을 감가상각(減價償却) 자산으로 인식한다?



XITY No.2

2023.06.19


대학생은 그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사기업 취업이 어려우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거나 반대로 물가가 너무 올라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낮아지거나 하는 현상만 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일본 대학생들에게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직접 물었다. 이번 르포에서 가장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대답을 들은 것도 이때였다.

이민준(25세)

시라이시 유이카(23세)

후지타 아키나리(23세)

사진 | 황필주

Q 사회 초년생 때와 결혼·출산 이후 주거 형태에 대한 생각은?

 

A 후지타 아키나리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도심부에 살고 싶다. 다니기에도 편하고,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이 도심부에는 다 갖춰져 있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긴다면 좁은 도심부보다 교외 넓은 집을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외 지역이 불편하다고 해도, 도심의 좁은 집에서 육아를 하는 것은 더 어렵다.


A 시라이시 유이카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타워맨션 선호도가 더 높을 것 같다. 나 역시 어렸을 때는 맨션에 살았지만 동생이 생기고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현지 대학생 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똑같은 대답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한 ‘사회 초년생 도심 임대, 결혼과 출산 후 외곽 거주’라는 패턴에 대해서 말이다. 게다가 시라이시 유이카 씨는 본인의 부모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 인터뷰를 일본 전체로 확대 해석할 순 없겠지만,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주거 문화와 양식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1편 르포에서 다룬 다마신도시 데이터가 더 명확히 이해가 갔다. 1편에서 인터뷰한 하치오지시청 도시계획과장은 해당 지역의 30대 인구가 20대에 비해 적은 이유에 대해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등의 이유로 다시 도심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라고 했고, 스와지구에 젊은 인구가 유입된 이유로는 “육아 중인 부부들이 이주한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하치오지 다마신도시 지역의 호리병 모양 인구 피라미드였다.


최근 일본에서 신축 고층 맨션으로 인기가 높았던 브릴리아에 대한 1편의 분석을 다시 들여다보자. 2008년만 해도 브릴리아가 구축된 나가야마 내 스와지구의 인구는 0~44세 비중이 43%였다가 2016년에는 54%로 거의 10%p 급등했다. 특히 0~9세 인구가 무려 5.1배 급증했고, 35~44세 인구 또한 2.9배 늘어났는데, 이는 하치오지시청의 분석대로 ‘40대 젊은 부모와 10대 자녀들’이 동반 유입되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르포를 통해 비어 있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즉 졸업한 취업 인구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명확해진 것이다. 그들은 직장 생활을 위해 도쿄 도심의 저가, 소형 임대 주거공간으로 이주해 왔다. 도쿄23구의 인구 증대폭이 꾸준하게, 크게 늘어난 이유도 이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일본 대학생들의 고민은 집이 아니라 학비와 취업

 

Q 한국과 일본 대학생의 부동산 고민에서 가장 큰 차이는?

 

A 이민준 결혼할 때 집을 준비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월세로 방 2개짜리 집을 빌려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대학생의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취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Q 대학생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A 시라이시 유이카 학비가 비싼 게 가장 걱정이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학비를 대출받아 대학을 다니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22년 《헤럴드경제》가 한국 MZ세대(만 18~39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내용은 “현재 겪고 있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인데, 이 질문에 무려 41.6%가 주택 구입을 꼽았다. 2위는 건강(15.5%), 3위가 취업(14.9%)이었는데, 1위와 격차가 25%p 이상 벌어지는 결과였으니 압도적 1위라 할 수 있다. 주택 마련. 한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MZ세대에게는 단연 가장 큰 고민이다. 오죽하면 지난 버블 시기 때 ‘영끌족’까지 등장하는 가슴 아픈 상황이 벌어졌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어떨까? 주택을 더 이상 투자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일본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직접 물었더니, 취업과 학비 문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이는 전 세계 여느 대학생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인기가 많다는 타워맨션에 대해서도 후지타 아키나리 씨는 “돈 있는 사람들 중 타워맨션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시라이시 유이카 씨 또한 “부자나 유명인과 (자신은) 거리가 있는 이미지”라고 답했다. 일반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쉽게 노려볼 만한 가격대는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도심의 훌륭한 주거 비용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된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조금만 나오면 감당 가능한 수준의 주거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도심과 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어 직주 근접 면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거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당장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에게 크게 문제시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한국의 젊은 세대보다 조금은 더 학업과 취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도심과 연결된 지역에 주거공간이나 교통은 그 못지않게 잘 형성되어 있다. 한 가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가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주택 부동산 시가 총액은 3.15배(2021년)로 일본 부동산 최대 버블 당시(2.73배, 1991년)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급격히 치솟아 있다.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중도 219.5%(2021년)로 역시 일본의 당시 수준(214.2%, 1994년)과 유사하며, 타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자 민간 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미래인 MZ세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가격 여부가 아니라 우리 자손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왜 꼭 ‘친환경’만이 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절대 자산인 것처럼 생각하는가? 한국의 젊은이들도 내집 마련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취업과 학비만을 걱정하는 때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MZ세대 대상 설문조사

“현재 겪고 있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 출처 해럴드경제

집값은 당연히 떨어지는 것 : ‘감가상각 자산’이기 때문에


Q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나?


A 후지타 아키나리 1980년대 버블 시대에 집을 많이 샀던 위 세대 사람들이 가격이 폭락해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젊은이들도 집값이 다소 떨어질 것을 감안하고 집을 산다고 생각한다.


A 이민준 일본은 예전에 버블 붕괴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물론 도쿄 중심은 이야기가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주택의 경우 구입하는 순간 감가상각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도 신축과 구축 카테고리가 따로 있고, 구축의 경우 신축에 비해 체감상 20% 정도 저렴하다고 느껴진다.


A 시라이시 유이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일본 사람들은 버블 붕괴 이후 주택을 감가상각 자산, 즉 소비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토지가 아니라 콘크리트, 철근, 시멘트, 유리 등으로 구축한 건물에 대해 말이다. 마치 중고 자동차처럼 매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연차에 따라 일정 비율씩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REINS(Real Estate Information Network System)에서는 감가상각을 반영한 가격 추이에 대해 통계로 제시하고 있다.


얼핏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놀라웠던 것은 일본 대학생들의 반응이었다. 이들은 감가상각 개념에 대해 명확하게든 어렴풋하게든 집값은 매입 후 당연히 하락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토지 가치가 매우 높은 미나토구나 시부야구 같은 도쿄23구 중에서도 핵심 지역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다. 그 외 일반 주택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사실 개념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 봐도 감가상각 자산에는 기계장치, 선박, 차량 운반구, 공구, 기구, 비품 등과 함께 건물, 구축물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한 것이, 건물과 구축물에 투입되는 자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 것이기에 차츰 일정 비율씩 상각되면서 가격이 하락한다.



일본 아파트 감가상각 가격 추이


출처 | REINS

이는 우리나라에는 패닉에 가까운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재건축=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공식이 당연한 것처럼 퍼져 있는 한국에서는 선뜻 와닿지 않을 것이다. 같은 토지 면적에 있던 저층 아파트를 허물고, 고층 아파트를 구축하게 되면 우리는 재건축이라는 명분하에 무조건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헌 집으로 새 집을 구했다’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까. 다만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같은 토지 면적에 더 높은 건물을 올리고, 더 많은 집주인을 맞이하는 만큼 각 층의 주인들이 나눠 갖게 되는 토지 면적은 이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재건축 후 더 비싼 값에 각 층을 구입하는 현실은, 논리대로만 따지면 콘크리트, 철근, 시멘트, 유리 등 감가상각 자산을 비싸게 산다는 의미다.


사실 이런 개념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가 한 바 있다. 그는 명저 《버블경제학(Subprime Solution)》을 통해 “과거에는 일반 도시에서 토지가가 보통 주택 가치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건물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그럼에도 결국 구식이 되어버리는 자동차와 배처럼 생각했다”라면서 서브프라임이 터지기 직전 버블 상황에서는 “마치 주택이 토지인 양 생각하기 시작했다”라고 일반 투자자들의 광기에 대해 지적했다. 쉴러 교수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2005년부터 이 주장을 펼쳤다가 당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결국 그의 예측대로 상황이 전개되면서 그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되었다.

| 로버트 쉴러의 《버블경제학(Subprime Solution)》

주택의 감가상각.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많은 논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토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특성과 구축물의 안정성이 매우 높은 한국 건설사의 시공 능력을 감안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외 수많은 반론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간에, GDP 대비 한국 부동산 시가 총액, 그리고 개인의 부채 수준은 일본의 버블 당시를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높게 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과도한 돈이 주택자산이라는 시장에 몰려 있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다. 앞서 미쓰비시지쇼는 “분양이 좋을지 임대가 좋을지,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평생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은 사실로 보인다. 대학생들이 주택의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을 인지할 정도라면, 일본인에게 주택 투자 개념은 거의 없는 것이다.


두 번의 르포 취재를 통해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 공포감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하는 것이고, 그 전제에서 합리적으로 계산해 임대냐 분양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일본인의 주거 문화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대학생, 즉 차후 30년 이상은 경제 주체로서 활동하게 될 이들에게 일반적이라면, 현재까지 주된 주거 형식으로 자리 잡아온 임대 방식은 아마도 꽤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도쿄 도심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RYU SEUNGWOO




MAIN ISSUE | PART 4 

일본 대학생들 : 집을 감가상각(減價償却) 자산으로 인식한다?


XITY No.2

2023.06.19


대학생은 그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사기업 취업이 어려우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거나 반대로 물가가 너무 올라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낮아지거나 하는 현상만 보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일본 대학생들에게 살고 싶은 집에 대해 직접 물었다. 이번 르포에서 가장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대답을 들은 것도 이때였다.

이민준(25세)      

시라이시 유이카(23세) 

후지타 아키나리(23세)

사회 초년생 때는 도심의 저가·소형 임대, 가족 형성 이후엔 도심 외곽의 넓은 주거 선호

 

Q 사회 초년생 때와 결혼·출산 이후 주거 형태에 대한 생각은?

 

A 후지타 아키나리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도심부에 살고 싶다. 다니기에도 편하고,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이 도심부에는 다 갖춰져 있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긴다면 좁은 도심부보다 교외 넓은 집을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외 지역이 불편하다고 해도, 도심의 좁은 집에서 육아를 하는 것은 더 어렵다.


A 시라이시 유이카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타워맨션 선호도가 더 높을 것 같다. 나 역시 어렸을 때는 맨션에 살았지만 동생이 생기고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현지 대학생 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똑같은 대답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한 ‘사회 초년생 도심 임대, 결혼과 출산 후 외곽 거주’라는 패턴에 대해서 말이다. 게다가 시라이시 유이카 씨는 본인의 부모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 인터뷰를 일본 전체로 확대 해석할 순 없겠지만,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주거 문화와 양식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1편 르포에서 다룬 다마신도시 데이터가 더 명확히 이해가 갔다. 1편에서 인터뷰한 하치오지시청 도시계획과장은 해당 지역의 30대 인구가 20대에 비해 적은 이유에 대해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등의 이유로 다시 도심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라고 했고, 스와지구에 젊은 인구가 유입된 이유로는 “육아 중인 부부들이 이주한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하치오지 다마신도시 지역의 호리병 모양 인구 피라미드였다.


최근 일본에서 신축 고층 맨션으로 인기가 높았던 브릴리아에 대한 1편의 분석을 다시 들여다보자. 2008년만 해도 브릴리아가 구축된 나가야마 내 스와지구의 인구는 0~44세 비중이 43%였다가 2016년에는 54%로 거의 10%p 급등했다. 특히 0~9세 인구가 무려 5.1배 급증했고, 35~44세 인구 또한 2.9배 늘어났는데, 이는 하치오지시청의 분석대로 ‘40대 젊은 부모와 10대 자녀들’이 동반 유입되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르포를 통해 비어 있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즉 졸업한 취업 인구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명확해진 것이다. 그들은 직장 생활을 위해 도쿄 도심의 저가, 소형 임대 주거공간으로 이주해 왔다. 도쿄23구의 인구 증대폭이 꾸준하게, 크게 늘어난 이유도 이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일본 대학생들의 고민은 집이 아니라 학비와 취업

 

Q 한국과 일본 대학생의 부동산 고민에서 가장 큰 차이는?

 

A 이민준 결혼할 때 집을 준비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월세로 방 2개짜리 집을 빌려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대학생의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취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Q 대학생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A 시라이시 유이카 학비가 비싼 게 가장 걱정이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학비를 대출받아 대학을 다니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22년 《헤럴드경제》가 한국 MZ세대(만 18~39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내용은 “현재 겪고 있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인데, 이 질문에 무려 41.6%가 주택 구입을 꼽았다. 2위는 건강(15.5%), 3위가 취업(14.9%)이었는데, 1위와 격차가 25%p 이상 벌어지는 결과였으니 압도적 1위라 할 수 있다. 주택 마련. 한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MZ세대에게는 단연 가장 큰 고민이다. 오죽하면 지난 버블 시기 때 ‘영끌족’까지 등장하는 가슴 아픈 상황이 벌어졌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어떨까? 주택을 더 이상 투자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일본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직접 물었더니, 취업과 학비 문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이는 전 세계 여느 대학생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인기가 많다는 타워맨션에 대해서도 후지타 아키나리 씨는 “돈 있는 사람들 중 타워맨션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시라이시 유이카 씨 또한 “부자나 유명인과 (자신은) 거리가 있는 이미지”라고 답했다. 일반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쉽게 노려볼 만한 가격대는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도심의 훌륭한 주거 비용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된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조금만 나오면 감당 가능한 수준의 주거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도심과 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어 직주 근접 면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거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당장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에게 크게 문제시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한국의 젊은 세대보다 조금은 더 학업과 취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도심과 연결된 지역에 주거공간이나 교통은 그 못지않게 잘 형성되어 있다. 한 가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가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주택 부동산 시가 총액은 3.15배(2021년)로 일본 부동산 최대 버블 당시(2.73배, 1991년)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급격히 치솟아 있다.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중도 219.5%(2021년)로 역시 일본의 당시 수준(214.2%, 1994년)과 유사하며, 타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자 민간 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미래인 MZ세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가격 여부가 아니라 우리 자손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왜 꼭 ‘친환경’만이 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절대 자산인 것처럼 생각하는가? 한국의 젊은이들도 내집 마련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취업과 학비만을 걱정하는 때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MZ세대 대상 설문조사

“현재 겪고 있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 출처 헤럴드경제

집값은 당연히 떨어지는 것 : ‘감가상각 자산’이기 때문에


Q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나?


A 후지타 아키나리 1980년대 버블 시대에 집을 많이 샀던 위 세대 사람들이 가격이 폭락해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젊은이들도 집값이 다소 떨어질 것을 감안하고 집을 산다고 생각한다.


A 이민준 일본은 예전에 버블 붕괴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물론 도쿄 중심은 이야기가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주택의 경우 구입하는 순간 감가상각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도 신축과 구축 카테고리가 따로 있고, 구축의 경우 신축에 비해 체감상 20% 정도 저렴하다고 느껴진다.


A 시라이시 유이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일본 사람들은 버블 붕괴 이후 주택을 감가상각 자산, 즉 소비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토지가 아니라 콘크리트, 철근, 시멘트, 유리 등으로 구축한 건물에 대해 말이다. 마치 중고 자동차처럼 매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연차에 따라 일정 비율씩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REINS(Real Estate Information Network System)에서는 감가상각을 반영한 가격 추이에 대해 통계로 제시하고 있다.


얼핏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놀라웠던 것은 일본 대학생들의 반응이었다. 이들은 감가상각 개념에 대해 명확하게든 어렴풋하게든 집값은 매입 후 당연히 하락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토지 가치가 매우 높은 미나토구나 시부야구 같은 도쿄23구 중에서도 핵심 지역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다. 그 외 일반 주택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사실 개념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사전적 의미로 봐도 감가상각 자산에는 기계장치, 선박, 차량 운반구, 공구, 기구, 비품 등과 함께 건물, 구축물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한 것이, 건물과 구축물에 투입되는 자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 것이기에 차츰 일정 비율씩 상각되면서 가격이 하락한다.



일본 아파트 감가상각 가격 추이

| 출처 : REINS

이는 우리나라에는 패닉에 가까운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재건축=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공식이 당연한 것처럼 퍼져 있는 한국에서는 선뜻 와닿지 않을 것이다. 같은 토지 면적에 있던 저층 아파트를 허물고, 고층 아파트를 구축하게 되면 우리는 재건축이라는 명분하에 무조건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헌 집으로 새 집을 구했다’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까. 다만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같은 토지 면적에 더 높은 건물을 올리고, 더 많은 집주인을 맞이하는 만큼 각 층의 주인들이 나눠 갖게 되는 토지 면적은 이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재건축 후 더 비싼 값에 각 층을 구입하는 현실은, 논리대로만 따지면 콘크리트, 철근, 시멘트, 유리 등 감가상각 자산을 비싸게 산다는 의미다.


사실 이런 개념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쉴러(Robert Shiller)가 한 바 있다. 그는 명저 《버블경제학(Subprime Solution)》을 통해 “과거에는 일반 도시에서 토지가가 보통 주택 가치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건물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그럼에도 결국 구식이 되어버리는 자동차와 배처럼 생각했다”라면서 서브프라임이 터지기 직전 버블 상황에서는 “마치 주택이 토지인 양 생각하기 시작했다”라고 일반 투자자들의 광기에 대해 지적했다. 쉴러 교수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2005년부터 이 주장을 펼쳤다가 당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결국 그의 예측대로 상황이 전개되면서 그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되었다.

| 로버트 쉴러의 《버블경제학(Subprime Solution)》

주택의 감가상각.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많은 논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토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특성과 구축물의 안정성이 매우 높은 한국 건설사의 시공 능력을 감안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외 수많은 반론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간에, GDP 대비 한국 부동산 시가 총액, 그리고 개인의 부채 수준은 일본의 버블 당시를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높게 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과도한 돈이 주택자산이라는 시장에 몰려 있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다. 앞서 미쓰비시지쇼는 “분양이 좋을지 임대가 좋을지,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평생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말은 사실로 보인다. 대학생들이 주택의 감가상각이라는 개념을 인지할 정도라면, 일본인에게 주택 투자 개념은 거의 없는 것이다.


두 번의 르포 취재를 통해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 공포감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락하는 것이고, 그 전제에서 합리적으로 계산해 임대냐 분양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일본인의 주거 문화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대학생, 즉 차후 30년 이상은 경제 주체로서 활동하게 될 이들에게 일반적이라면, 현재까지 주된 주거 형식으로 자리 잡아온 임대 방식은 아마도 꽤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도쿄 도심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RYU SEU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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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Name | 도서출판 휴먼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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