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IC OF MOBILITY |  

클래식 카, 전기 심장으로 도시를 관통하다



XITY No.2

2023.06.19


구미권을 방문했을 때, 빛바랜 오랜 사진에서만 접했던 클래식카들이 도로를 활보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한국 최초의 승용차 포니가 등장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클래식카 문화가 싹트고 있다. 그리고 21세기 한국 클래식카 문화 안에는 기술과 감성이 공존 중이다.

| ⒸKevin Tichenor / Shutterstock.com

50년 자동차 역사와 함께 익어가는 한국의 자동차 문화

 

1975년 대한민국 첫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가 등장한 지 벌써 50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 자동차 문화도 반백 년이 됐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사람들 인식 속에서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중매체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있는데,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우 이시언은 방송을 통해 클래식카 사랑을 전했다. 그 외에도 배우 권해효, 가수 슬리피, 개코 등 유명 연예인의 올드 카 역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자동차 문화의 성숙은 클래식카 시장 확대에도 기여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오래된 벤츠, BMW, 랜드로버의 아이코닉 모델의 중고 가격은 이미 꽤나 오른 상황이다. 기성 중고차와 다르게 매물이 적고, 차량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정가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과거 회장님 벤츠로 유명했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모델인 W126의 경우, 대표적인 올드 카 동호회 카페에서 대략 2,800~3,000만 원 정도에서 호가가 이뤄지고 있다. 2005년식 S클래스의 호가가 1,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클래식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열풍은 비단 특정 외제차 사이에서만 불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포니, 갤로퍼, 소위 ‘각 그랜저’ 등 반세기 한국 자동차 업계에 깊이 각인된 차량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다. 완성차 업체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 5는 현대 최초의 양산 모델 포니를 오마주했고, 2022년 말 출시한 7세대 그랜저 역시 실내외 곳곳에 과거 각 그랜저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를 반영했다. 50년 한국 자동차 역사의 유산 역시 최첨단 기술을 덧입혀 새롭게 제품화되고 있다. 클래식카에 대한 수요가 마니아를 넘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아무리 새 차에 감성을 입히더라도 옛것의 감성을 온전히 살리기는 힘들 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클래식카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EV 컨버전을 통해 첨단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공도를 달리려면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해도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제도의 한계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물론 보인다. 지난해 8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라남도를 개조 전기차 특구로 지정해 영암·목포·해남 일대 도로에서 개조된 전기차를 운행하며 개선점을 찾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관기관인 한국자동차연구원 역시 EV 컨버전에 대해 적극적인 편이다.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교통안전공단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축적, 규제의 벽을 낮추려 노력 중이다.


미래형 자율주행차와 전동형 포니가 함께 달리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 ⒸKevin Tichenor / Shutterstock.com

미래형 자율주행차와 전동형 포니가 함께 달리는 그날


스마트시티에는 스마트한 사람들만 살아야 하는 것도, 스마트한 기기만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도시는 어떤 수식어를 붙이든 다양성이 공존하고, 사람이 살기 편안한 곳이 최종 지향점이 되어야 할 터. 스마트시티 속 모빌리티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외관부터 최첨단 기능의 느낌을 뿜어내는 자율주행차와 출시 후 50년이 넘었지만 잘 관리되고 전기로 작동하는 포니가 신호정지선 앞에 함께 서 있는 이질적인 모습. 백발이 성성하지만 건강하고 품위 있는 조부모와 생명력이 가득한 손주가 함께 손잡고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INTERVIEW

클래식을 보존하는 것이 진보의 밑바탕

대한민국 클래식카의 대부 ‘라라클래식’ 김주용 대표


클래식카 기반 EV 컨버전은 예술과 미래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이 복잡 미묘한 영역을 설명하기엔 경험만큼 좋은 교보재는 없어 보인다. 단숨에 땅끝 영암으로 내려가 대한민국 클래식카의 대부, 라라클래식 김주용 대표의 목소리를 담아 온 이유다. 소위 대한민국 클래식카 판에서 그는 유명 인사다. 국내외 자동차를 아우르는 방대한 컬렉션은 물론이고, 직접 다양한 전시회에 출품하며 클래식카 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 그의 열정은 클래식카에 그치지 않고, 클래식카의 EV 컨버전과 소형 전기자동차 개발까지 닿아 있다.


| 사진 황필주

Q 라라클래식, 회사 이름이 특이합니다.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 컬처와 테크입니다. 컬처는 클래식카에 기반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고, 테크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기술을 만드는 게 핵심이죠. 사실 일본만 해도 세대를 불문하고 클래식에 큰 거부감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죠. ‘라라’라는 음성은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경쾌한 느낌을 전달하고, 밝고 쾌활한 여성의 이미지를 주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클래식카 문화를 전달하고자 하는 뜻에서 큰맘 먹고 전문 네이밍 작가에게 의뢰한 결과물입니다.


Q 클래식카,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정말 많이 변했죠. 지금이야 올드카, 클래식카 하지만 수집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클래식카라는 문화 자체가 없었어요. 당시 오래된 차를 타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야, 그 돈이면 새 차를 사지, 무슨 똥차를 타냐”라는 거였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클래식카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 자연스레 늘었고요. 해외에서 차량을 수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단순히 취미를 넘어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분도 있고요. 다만 우리 문화 저변이 깊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류의 문화적 전성기를 1960~90년대로 보는데, 당시 전 세계 문화와 산업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지금의 신제품 역시 그때 나왔던 제품들 변주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요. 당시 서구의 젊은 세대는 자동차를 비롯한 문화적 전성기를 충분히 누렸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여건이 되지 못했어요. 컬렉션을 모으려 해도 우리는 온갖 곳을 다 뒤집고 다녀야 했고요. 상태 좋은 물건을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죠. 클래식카 문화가 대중 영역으로 가고 있지만 여러 문화적 배경을 살펴봤을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EV 컨버전 역시 클래식카 문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라라클래식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0% 정도의 사람들이 전기차 개조에 의향이 있는 것으로 답했습니다. 다만 클래식카 문화에는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전기차 개조를 통해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편의성 측면에서 EV 컨버전에 제약요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내연기관 기반의 설계구조도 그렇고,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공간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상당하죠. 운행거리 역시 최신형 전기차만큼 길지 않고요. 더군다나 우리나라 법 체계상 EV 컨버전을 한 차량이 공도를 달리기는 어렵습니다. 클래식카의 EV 컨버전은 다양한 문화적·제도적 기반 위에서 생명력을 만개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바닥에 배터리를 탑재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위에 클래식카 형태의 바디를 얹어서 신차 등록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클래식카의 감성과 현실적 부분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Q 자체 차량을 개발하는 것도 현실과 조화를 감안한 복안이 있는 것일까요?

클래식카 형태로 소형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은 해외에서 흔한 일입니다. 독일에서는 실제 극소형 전기차량을 도심 투어 등에 활용하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일부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수요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당국이 이런 차량에 대해 다소 보수적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법률과 제도상의 자문을 받아가며 당국의 기준에 맞는 전기자동차를 개발했는데요. 최종적으로는 명문화된 규정이 아닌 담당자의 보수적인 해석으로 인해 인가를 받지 못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서 우리 차에 대한 문의와 수요가 꾸준히 있지만, 아쉬운 점은 국내 인허가가 있어야 모든 경로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발과 도전을 멈추지는 않겠지만요.

라라클래식이 개발하고 있는 자체 소형 전기차 | 사진 황필주

Q 현실적으로 EV 컨버전 차량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대표적인 장소는 자동차면허시험장이나 운전면허학원이 될 것입니다. 환경, 경제성, 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실질적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미 일부 차량은 개조를 완료했고, 하반기 납품을 앞두고 열심히 개조 중인 차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클래식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기술과 생각이 조화를 이루고, 나아가 조화를 통해 진보를 만드는 것입니다. 클래식을 체계적으로 잘 보존하는 것 역시 진보의 큰 밑바탕이 될 수 있겠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것 같아요. 비록 우리는 1960~90년대 문화적 융성기를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지만, 잘 보존된 당시 흔적을 보고 느끼며 또 다른 문화적 전성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금 영암 F1경기장 옆에 클래식카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500평 규모로요. 설계 공모는 이미 끝났고, 완공되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클래식카들을 전시하고 운영할 생각입니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랄까요.

| 사진 황필주

단순히 클래식카 마니아로만 알고 있었던 김주용 대표의 세계는 솔직했고, 생각보다 더 넓고 깊었다. 특히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1960~90년대 문화적 전성기의 흔적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후손의 문화적 역량으로 활용하고 싶다”라는 그의 포부에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KIM DONGWON




HISTORIC OF MOBILITY  |  

클래식 카, 전기 심장으로 도시를 관통하다


XITY No.2

2023.06.19


구미권을 방문했을 때, 빛바랜 오랜 사진에서만 접했던 클래식카들이 도로를 활보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한국 최초의 승용차 포니가 등장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클래식카 문화가 싹트고 있다. 그리고 21세기 한국 클래식카 문화 안에는 기술과 감성이 공존 중이다.

| ⒸKevin Tichenor / Shutterstock.com

50년 자동차 역사와 함께 익어가는 한국의 자동차 문화

 

1975년 대한민국 첫 독자 생산 모델인 포니가 등장한 지 벌써 50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 자동차 문화도 반백 년이 됐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사람들 인식 속에서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중매체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있는데,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배우 이시언은 방송을 통해 클래식카 사랑을 전했다. 그 외에도 배우 권해효, 가수 슬리피, 개코 등 유명 연예인의 올드 카 역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자동차 문화의 성숙은 클래식카 시장 확대에도 기여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오래된 벤츠, BMW, 랜드로버의 아이코닉 모델의 중고 가격은 이미 꽤나 오른 상황이다. 기성 중고차와 다르게 매물이 적고, 차량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정가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과거 회장님 벤츠로 유명했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모델인 W126의 경우, 대표적인 올드 카 동호회 카페에서 대략 2,800~3,000만 원 정도에서 호가가 이뤄지고 있다. 2005년식 S클래스의 호가가 1,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클래식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열풍은 비단 특정 외제차 사이에서만 불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포니, 갤로퍼, 소위 ‘각 그랜저’ 등 반세기 한국 자동차 업계에 깊이 각인된 차량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다. 완성차 업체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 5는 현대 최초의 양산 모델 포니를 오마주했고, 2022년 말 출시한 7세대 그랜저 역시 실내외 곳곳에 과거 각 그랜저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를 반영했다. 50년 한국 자동차 역사의 유산 역시 최첨단 기술을 덧입혀 새롭게 제품화되고 있다. 클래식카에 대한 수요가 마니아를 넘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아무리 새 차에 감성을 입히더라도 옛것의 감성을 온전히 살리기는 힘들 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클래식카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EV 컨버전을 통해 첨단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자동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공도를 달리려면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해도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제도의 한계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물론 보인다. 지난해 8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라남도를 개조 전기차 특구로 지정해 영암·목포·해남 일대 도로에서 개조된 전기차를 운행하며 개선점을 찾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관기관인 한국자동차연구원 역시 EV 컨버전에 대해 적극적인 편이다.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교통안전공단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축적, 규제의 벽을 낮추려 노력 중이다.

미래형 자율주행차와 전동형 포니가 함께 달리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 ⒸKevin Tichenor / Shutterstock.com

미래형 자율주행차와 전동형 포니가 함께 달리는 그날


스마트시티에는 스마트한 사람들만 살아야 하는 것도, 스마트한 기기만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도시는 어떤 수식어를 붙이든 다양성이 공존하고, 사람이 살기 편안한 곳이 최종 지향점이 되어야 할 터. 스마트시티 속 모빌리티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외관부터 최첨단 기능의 느낌을 뿜어내는 자율주행차와 출시 후 50년이 넘었지만 잘 관리되고 전기로 작동하는 포니가 신호정지선 앞에 함께 서 있는 이질적인 모습. 백발이 성성하지만 건강하고 품위 있는 조부모와 생명력이 가득한 손주가 함께 손잡고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INTERVIEW

클래식을 보존하는 것이 진보의 밑바탕

대한민국 클래식카의 대부 ‘라라클래식’ 김주용 대표


클래식카 기반 EV 컨버전은 예술과 미래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이 복잡 미묘한 영역을 설명하기엔 경험만큼 좋은 교보재는 없어 보인다. 단숨에 땅끝 영암으로 내려가 대한민국 클래식카의 대부, 라라클래식 김주용 대표의 목소리를 담아 온 이유다. 소위 대한민국 클래식카 판에서 그는 유명 인사다. 국내외 자동차를 아우르는 방대한 컬렉션은 물론이고, 직접 다양한 전시회에 출품하며 클래식카 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 그의 열정은 클래식카에 그치지 않고, 클래식카의 EV 컨버전과 소형 전기자동차 개발까지 닿아 있다.

| 사진 황필주

Q 라라클래식, 회사 이름이 특이합니다.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 컬처와 테크입니다. 컬처는 클래식카에 기반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고, 테크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기술을 만드는 게 핵심이죠. 사실 일본만 해도 세대를 불문하고 클래식에 큰 거부감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이죠. ‘라라’라는 음성은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경쾌한 느낌을 전달하고, 밝고 쾌활한 여성의 이미지를 주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클래식카 문화를 전달하고자 하는 뜻에서 큰맘 먹고 전문 네이밍 작가에게 의뢰한 결과물입니다.


Q 클래식카,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정말 많이 변했죠. 지금이야 올드카, 클래식카 하지만 수집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클래식카라는 문화 자체가 없었어요. 당시 오래된 차를 타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야, 그 돈이면 새 차를 사지, 무슨 똥차를 타냐”라는 거였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클래식카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 자연스레 늘었고요. 해외에서 차량을 수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단순히 취미를 넘어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분도 있고요. 다만 우리 문화 저변이 깊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류의 문화적 전성기를 1960~90년대로 보는데, 당시 전 세계 문화와 산업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지금의 신제품 역시 그때 나왔던 제품들 변주에서 크게 다르지 않고요. 당시 서구의 젊은 세대는 자동차를 비롯한 문화적 전성기를 충분히 누렸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여건이 되지 못했어요. 컬렉션을 모으려 해도 우리는 온갖 곳을 다 뒤집고 다녀야 했고요. 상태 좋은 물건을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죠. 클래식카 문화가 대중 영역으로 가고 있지만 여러 문화적 배경을 살펴봤을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EV 컨버전 역시 클래식카 문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라라클래식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0% 정도의 사람들이 전기차 개조에 의향이 있는 것으로 답했습니다. 다만 클래식카 문화에는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전기차 개조를 통해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편의성 측면에서 EV 컨버전에 제약요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내연기관 기반의 설계구조도 그렇고,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공간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상당하죠. 운행거리 역시 최신형 전기차만큼 길지 않고요. 더군다나 우리나라 법 체계상 EV 컨버전을 한 차량이 공도를 달리기는 어렵습니다. 클래식카의 EV 컨버전은 다양한 문화적·제도적 기반 위에서 생명력을 만개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바닥에 배터리를 탑재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위에 클래식카 형태의 바디를 얹어서 신차 등록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클래식카의 감성과 현실적 부분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Q 자체 차량을 개발하는 것도 현실과 조화를 감안한 복안이 있는 것일까요?

클래식카 형태로 소형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은 해외에서 흔한 일입니다. 독일에서는 실제 극소형 전기차량을 도심 투어 등에 활용하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일부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수요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당국이 이런 차량에 대해 다소 보수적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법률과 제도상의 자문을 받아가며 당국의 기준에 맞는 전기자동차를 개발했는데요. 최종적으로는 명문화된 규정이 아닌 담당자의 보수적인 해석으로 인해 인가를 받지 못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서 우리 차에 대한 문의와 수요가 꾸준히 있지만, 아쉬운 점은 국내 인허가가 있어야 모든 경로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발과 도전을 멈추지는 않겠지만요.

라라클래식이 개발하고 있는 자체 소형 전기차 | 사진 황필주

Q 현실적으로 EV 컨버전 차량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대표적인 장소는 자동차면허시험장이나 운전면허학원이 될 것입니다. 환경, 경제성, 제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실질적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미 일부 차량은 개조를 완료했고, 하반기 납품을 앞두고 열심히 개조 중인 차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클래식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기술과 생각이 조화를 이루고, 나아가 조화를 통해 진보를 만드는 것입니다. 클래식을 체계적으로 잘 보존하는 것 역시 진보의 큰 밑바탕이 될 수 있겠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것 같아요. 비록 우리는 1960~90년대 문화적 융성기를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지만, 잘 보존된 당시 흔적을 보고 느끼며 또 다른 문화적 전성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금 영암 F1경기장 옆에 클래식카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500평 규모로요. 설계 공모는 이미 끝났고, 완공되면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클래식카들을 전시하고 운영할 생각입니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랄까요.

| 사진 황필주

단순히 클래식카 마니아로만 알고 있었던 김주용 대표의 세계는 솔직했고, 생각보다 더 넓고 깊었다. 특히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1960~90년대 문화적 전성기의 흔적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후손의 문화적 역량으로 활용하고 싶다”라는 그의 포부에 응원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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