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BUILDING |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스마트시티 속 마천루
XITY No.2
2023.07.03
마천루와 스카이라인은 도심 풍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스마트시티 속에서도 고층 빌딩은 핵심 요소. 100여 년 전 고층 빌딩 도입이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의미했듯, 로봇 등 첨단 기술과 조화를 이룬 21세기형 스마트 빌딩 역시 입주민의 삶을 작은 부분부터 바꿔가고 있다.
시대적 요구와 기술의 앙상블이 만들어낸 풍경
스카이라인(Skyline). 도심 속 마천루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경관은 현대 도시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같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곳은 맨해튼. 뉴욕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자,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할 기록거리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고풍스러운 유럽 도시 속 성과 도심 중앙 성당을 찾으며 수백 년 전 중세도시로 돌아가는 체험을 하는 것처럼, 도심 속 고층 빌딩은 20세기 이후 인류의 성과를 한눈에 상징하는 금자탑이라 할 수 있을 터. 마천루를 중심으로 한 스카이라인을 뽐내는 도시의 특성을 간단히 꼽아보자면, 20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을 위시한 북미 주요 도시와 도쿄, 상하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가 그렇다. 반면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 몇몇 도시를 제외한 유럽 도심 한복판에서 스카이라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파리 등 주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파리 외곽 라 데팡스에 형성되었다. 오래전부터 형성된 구 도심 속 역사적 건물들을 허물고 고층 빌딩을 짓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탓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 등에서 마천루와 스카이라인이 본격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함께 진행된 기업들의 거대화와 관리 기능 강화다. 산업혁명 이전 주된 산업은 농업이었다. 농업에 필수 요소는 토지.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경제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농지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모여 살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한적한 농촌의 풍경을 생각하면 직관적이다. 그러다 산업혁명 이후 공업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는 공장을 중심으로 거주하기 시작했다. 또 산업혁명과 함께 기업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나타나게 된 현상은 관리직 등장이다. 많게는 수만 명이 근무하는 업체가 속속 생겨나면서 구매·인사·노무·총무 등 기업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기 위한 인원도 늘어나게 되었다. 소위 우리 사회에서 ‘화이트칼라’라는 집단이 등장하게 된 원인. 그러다 보니 본사 인근에 화이트칼라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한정된 토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격 조성한 것이 고층 빌딩이다. 산업 발달과 기업의 고도화가 마천루와 여기서 파생된 스카이라인을 만들게 된 가장 큰 배경이었던 셈.
기술적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다. 초고층 빌딩의 핵심은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철강, 엘리베이터, 펌프다. 석재, 벽돌, 목재 같은 전통적인 재료가 초고층 건물의 자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초고층 건물을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역학적 조건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철강 제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되었다. 제련 기술의 발전으로 ‘철’은 더욱 단단해졌고, 적정한 설계 및 시공을 통해 초고층 건물을 견딜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 것. 소위 철골구조의 도입이다. 더불어 초고층 건물을 오르내릴 수 있는 엘리베이터, 고층 건물의 높은 곳까지 물을 전달할 수 있는 펌프 기술이 없었다면 마천루는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대를 상징하는 마천루와 스카이라인은 사회적 요구와 기술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등장할 수 없었다. 도시의 중심은 사람이고 기술이 뒷받침한다는 스마트시티를 바라보는 요즘 철학과 매우 유사하다. 100년 전 뉴욕 사람들에게 ‘고층 빌딩’으로 대표되는 도시의 변화는 어쩌면 지금 ‘스마트시티’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1980년대 이미 시작된 지능형 빌딩 혁명
100여 년 전 ‘혁신’을 상징하던 초고층 건물들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한 세대 전 서울을 대표하는 고층 건물은 단연 여의도 63빌딩이었다. 다만 세월이 지난 지금, 어린이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던 63빌딩은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 중 하나가 되었다.
초고층 건물의 속내도 비슷하다. 1960~70년대 준공된 고층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매력은 있지만 이런저런 불편함과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통유리로 지어지는 등 미래 도시 어딘가에서나 볼 법한 건물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서며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고, 오래된 공조시설이 고장이라도 나면 멋진 외관의 건물은 순식간에 온실로 변하기 마련이다. 문이라도 열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말이다. 소위 외화내빈인 셈. 우리가 흔하게 경험하는 고층 건물에는 최근 눈부신 기술의 진보가 모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과 건물의 조화는 오래전부터 시도해온 명제다. 인텔리전트 빌딩이라고 하는 지능형 건물은 1983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포드(Hartford)에 지어진 시티 플레이스(City Place)가 최초다. 당시 인텔리전트 빌딩이라 하면 중앙통제실에서 건물을 자동 제어하고, 이제 막 시작된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 혁명과 더불어 건물 내에서 다양한 사무자동화기기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을 뜻했다. 이제는 추억의 고전명화가 된 ‘다이 하드’의 배경이 되었던 최첨단 건물이 당시 인텔리전트 빌딩에 대한 인식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건물 내 IT 기술의 접목을 시도한 인텔리전트 빌딩은 지난 수십 년간 고층 건물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사무실에 사람이 없을 때 전등을 자동으로 소등하거나, 공조장치를 끄는 것은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초고층 건물의 수많은 엘리베이터를 유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논리구조와 운영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분명 과거에 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지고 있지만, 무언가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 특히 로봇·자율주행 등 과거에는 상상만 하던 기술이 속속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을 뿐 아니라, 환경보호 같은 다양한 가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2023년 지금, 건물은 얼마나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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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IM DONG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