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TFORM MARKETS |
OTT 대전쟁: 넷플릭스를 추격하는 국내 OTT의 무기는?
XITY No.2
2023.07.17
‘더 글로리’를 비롯해 이른바 OTT 대작들은 유독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K콘텐츠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 K-OTT는 어떤가? 티빙, 웨이브, 왓챠 등 복수의 K-OTT가 자리하고 있는 와중에 쿠팡플레이와 티빙의 기세가 특히 매섭다. 어느덧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넷플릭스 다음으로
활성화된 2개의 서비스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다시 한 번 확인한 K콘텐츠의 세계적 관심
올해 1분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더 글로리’의 열풍으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오징어 게임’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다수의 국산 콘텐츠들이 전 세계 안방을 달궜고, 그중에서도 ‘더 글로리’는 대한민국 학폭 사건의 재조명과 가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확대되는 과정에 윤활유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그 외에도 ‘피지컬: 100’, 영화 ‘길복순’ 등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맞아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를 K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K콘텐츠 시장의 더 큰 경쟁력 상승이 기대된다.
그런데 K콘텐츠 말고, K-OTT는 어떤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외산 OTT의 무게 중심이 아직 높은 가운데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K-OTT가 각자 칼을 갈고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앱 서비스를 분석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3월 기준 459만 명으로 K-OTT 2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국내 OTT 전체로 보면 단연 압도적 1위는 넷플릭스(3월 MAU 1,247만 명)지만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 시행을 알리며 언제 구독자가 빠져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뒤를 티빙과 3위인 쿠팡플레이가 MAU 409만 명 수준으로 뒤쫓고 있다. 티빙은 쿠팡플레이 대비 약 50만 명 앞서 있지만, 두 플랫폼의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1월 두 서비스의 격차가 76만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더불어 네이버와 연대 활용하는 티빙
K-OTT는 모두 공통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면서 각자 차별화된 전략으로 무장하고 있다. 먼저 티빙은 특히 모회사인 CJ그룹과 네이버와의 연대를 적극 활용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 가을 CJ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CJ ENM이 지분 54.38% 보유)과 지분을 나누며 파트너십을 강화한 바 있다. 그 후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 웹툰 콘텐츠를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2012년 말부터 2013년 말까지 연재된 하일권 작가의 ‘방과 후 전쟁활동’을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했고, 그전에는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을 티빙 오리지널로 제작한 바 있다.
그리고 티빙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구독할 경우 함께 시청할 수 있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으로는 시청이 불가하지만 티빙 앱으로 네이버 구독자를 유인하고 티빙의 다른 콘텐츠를 네이버 구독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사의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 티빙과 연대해 얻을 수 있는 점을 부연 설명하자면, 자사 콘텐츠를 재생산해 다른 형태의 상품으로 유통하고, 네이버 플랫폼에 유저들을 더욱 강하게 묶어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웹툰으로 ‘유미의 세포들’을 접한 사람이 드라마로 재탄생한 동명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네이버를 구독하고, 네이버가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도 함께 누리게 되면서 네이버 쇼핑으로 연계되는 흐름은 자연히 네이버의 이커머스 확산으로 이어진다. 쿠팡에 거래금액 기준 국내 1위 이커머스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네이버는 쿠팡과 함께 대한민국 이커머스를 양분하는 플레이어이자, 네이버 웹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쿠팡보다 콘텐츠 경쟁력은 상당히 확보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네이버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강화했다. 그뿐인가. 네이버는 일본에서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에 기반한 라인망가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네이버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고, CJ그룹의 티빙은 재생산할 콘텐츠 풀이 늘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Again 해외 축구,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마케팅
한편 쿠팡은 스포츠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SNL’, ‘안나’, ‘미끼’ 등 수작으로 꼽히는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작년 7월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을 초청해 K-리그 올스타와 1경기, 세비야FC와 1경기를 개최했다. 그리고 올해 7월에는 EPL 맨체스터 시티와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초청한다. 해외 축구 팬이라면 입을 벌리고 놀랄 수밖에 없는 대형 이벤트다. 올해도 쿠팡플레이 앱이 예매 인파로 다운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그리고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요르카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 선수가 올여름 팀을 떠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영국 EPL 이적 루머와 함께 같은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설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강인 선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할지 여부를 예단할 수 없지만, 만약 이적이 성사될 경우 올여름 쿠팡플레이가 주최하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는 작년과 같은 흥행을 거둘지 모른다. 작년 여름 진행한 쿠팡의 스포츠 마케팅은 100억 원대 투자가 이뤄진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는 로켓와우클럽 구독자 수 증가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 쿠팡플레이는 해외 유명 축구 클럽을 초청해 티켓 독점 판매 및 중계로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쿠팡이 주최한 경기 예매와 관람은 오직 쿠팡플레이로만 가능했고, 쿠팡플레이는 쿠팡을 구독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쿠팡 로켓와우클럽 회원이 1,000만 명을 넘을 수 있는 발판이 여기서 나왔으며 결국 쿠팡은 국내에서 압도적 거래액(연간 40조 원 돌파)을 보유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지난 여름 손흥민 선수의 토트넘 경기를 예매하기 위해 쿠팡 로켓와우클럽 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갑자기 쿠팡을 구독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쿠팡플레이가 로켓와우클럽을 구독하지 않은 사람들을 구독자로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들은 구독한 김에 쿠팡에서 주문하면 배송이 빠르다고 익히 들어왔으니 자연스럽게 쿠팡에서 쇼핑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쿠팡플레이는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의 서비스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쿠팡에 있어 쿠팡플레이는 기능적으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유사하지만 사업 목적이 OTT 시장 자체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독자적인 콘텐츠를 많이 제작해 넷플릭스와 일부 경쟁하는 부분도 있지만 쿠팡플레이는 철저히 이커머스 저변 확대를 위한 장치로 보인다.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K콘텐츠를 활용해 해외에서 쿠팡 구독자를 늘리고 매출을 확장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쿠팡의 한국 미디어 콘텐츠 유통이나 제작에 대한 투자는 후행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RYU SEUNG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