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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지어본 스마트시티
XITY No.2
2023.07.31
미래 도시 풍경은 대체로 삭막하다. 스마트시티를 상상하면 철, 콘크리트, 유리 등의 소재로 그려지는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도시 풍경에서 사라졌던 목재 건축물이 현대 기술의 옷을 입고 돌아오고 있다.
사라졌던 목재건물, 기술의 힘을 입고 돌아오다
미래와 첨단을 구현하는 이미지 속에서 철근, 콘크리트 등의 소재는 빠질 수 없다. 올 초 화제가 됐던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이 말했던 것처럼, 기능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깔끔하기 때문이다. 일단 현대 도시를 한 단어로 정리하라는 질문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고밀화’다. 근대에서 현대 도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도시는 수많은 인구를 수용해야 했고, 이 문제의 해결책은 건축물의 고층화를 통해 도시 공간을 수직적으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물론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했는데, 이를 가능케 한 소재가 철근과 콘크리트였다. 스마트시티를 그리는 미학적 측면에서도 철근과 유리가 발산하는 이미지는 아름답다. 첨단, 효율, 합리성 등 미래를 그리는 데 철근, 콘크리트, 유리만큼 효과적인 클리셰가 또 있을까?
하지만 미래 도시가 꼭 차갑고 합리적이어야 할까? 결국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 살아 숨 쉬고 교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오가는 곳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나무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대표되는 합리성보다는, 여름날 낮잠을 즐기던 시골 외할머니 댁의 반질반질한 한옥 툇마루에서 풍기는 따뜻한 감성에 더 가깝다.
“
#ESG
Architecture
”
해외에서는 고층 건물에 목조를 활용해 도시 풍경에 따뜻함을 더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노르웨이는 ‘미에스토르네’ 프로젝트를 통해 85.4m짜리 다목적 목조건물을 완성했다. 뒤이어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북유럽 국가와 캐나다, 일본에서도 도심 한가운데 고층 목조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 도시 구축에 적합하지 않은 재료로 여겨졌던 목재 건축물이 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목재를 활용해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소위 CLT(Cross Laminated Timber)라는 공법의 등장이다. 나뭇결을 서로 직각으로 교차해 접착한 합판을 만들어 철과 콘크리트를 대체할 만한 강도를 지닌 재료로 만든 것이다. 경제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목조건축이 발달한 북유럽과 오스트리아는 목재 자원이 풍부한 가운데 임업 선진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목재자원 활용에 앞서 있다. 기존 철근 콘크리트를 대체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지진 등의 재해에 대해서도 강하다는 것 역시 의외의 장점이다. 목재는 콘크리트에 비해 압축되어 있고, 충격 흡수가 잘된다. 이런 이유로 지진에 민감한 일본에서는 목재로 만든 고층 건물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 내 굴지의 건설사들은 도쿄 한복판에 고층 목조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장점과 함께 목조건물 프로젝트에 불을 붙인 것은 전 세계적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열풍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목조건축물은 같은 면적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수준이다. ESG 열풍은 최근 물가 및 경기 우려 속 주춤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명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고층 목조건물 건축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흐름은 어떨까? 사실 서구나 일본 등에 비하면 우리나라 고층 목조건축물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산림청 등 유관기관 주도로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지만, 해외 사례와 같이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다만 민간에서도 목재건축물에 대한 실험적 시도를 보이고 있는데, 국내 유수의 자산운용사에서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 목재 오피스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목재 오피스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기존 양식 대비 높은 건축비가 대표적이고, 고층 목조건축물이 우리 자연과 도시 환경에 적합한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고층 목조 오피스를 짓지 못할 이유도 없다. 우리 국토의 70%는 산지로 이뤄져 있고, 삼림자원 역시 풍부한 편이다. 더욱이 1,500여 년 전 조상들은 황룡사 9층 목탑이라는 고층 목조건축물을 축조했다.
우리가 살아갈 스마트 도시는 철과 유리, 콘크리트 숲의 모습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삭막한 도시 풍경 중 쉼터가 될 수 있는 목조 오피스가 조금씩 늘면서 이성과 감성이 함께하는 도시를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editor KIM D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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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마트시티로 약진 중인 도시
XITY No.2
2023.07.31
미래 도시 풍경은 대체로 삭막하다. 스마트시티를 상상하면 철, 콘크리트, 유리 등의 소재로 그려지는 풍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도시 풍경에서 사라졌던 목재 건축물이 현대 기술의 옷을 입고 돌아오고 있다.
사라졌던 목재건물, 기술의 힘을 입고 돌아오다
미래와 첨단을 구현하는 이미지 속에서 철근, 콘크리트 등의 소재는 빠질 수 없다. 올 초 화제가 됐던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이 말했던 것처럼, 기능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깔끔하기 때문이다. 일단 현대 도시를 한 단어로 정리하라는 질문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고밀화’다. 근대에서 현대 도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도시는 수많은 인구를 수용해야 했고, 이 문제의 해결책은 건축물의 고층화를 통해 도시 공간을 수직적으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물론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했는데, 이를 가능케 한 소재가 철근과 콘크리트였다. 스마트시티를 그리는 미학적 측면에서도 철근과 유리가 발산하는 이미지는 아름답다. 첨단, 효율, 합리성 등 미래를 그리는 데 철근, 콘크리트, 유리만큼 효과적인 클리셰가 또 있을까?
하지만 미래 도시가 꼭 차갑고 합리적이어야 할까? 결국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 살아 숨 쉬고 교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이 오가는 곳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나무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대표되는 합리성보다는, 여름날 낮잠을 즐기던 시골 외할머니 댁의 반질반질한 한옥 툇마루에서 풍기는 따뜻한 감성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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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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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고층 건물에 목조를 활용해 도시 풍경에 따뜻함을 더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노르웨이는 ‘미에스토르네’ 프로젝트를 통해 85.4m짜리 다목적 목조건물을 완성했다. 뒤이어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북유럽 국가와 캐나다, 일본에서도 도심 한가운데 고층 목조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 도시 구축에 적합하지 않은 재료로 여겨졌던 목재 건축물이 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목재를 활용해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소위 CLT(Cross Laminated Timber)라는 공법의 등장이다. 나뭇결을 서로 직각으로 교차해 접착한 합판을 만들어 철과 콘크리트를 대체할 만한 강도를 지닌 재료로 만든 것이다. 경제적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목조건축이 발달한 북유럽과 오스트리아는 목재 자원이 풍부한 가운데 임업 선진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목재자원 활용에 앞서 있다. 기존 철근 콘크리트를 대체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지진 등의 재해에 대해서도 강하다는 것 역시 의외의 장점이다. 목재는 콘크리트에 비해 압축되어 있고, 충격 흡수가 잘된다. 이런 이유로 지진에 민감한 일본에서는 목재로 만든 고층 건물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 내 굴지의 건설사들은 도쿄 한복판에 고층 목조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장점과 함께 목조건물 프로젝트에 불을 붙인 것은 전 세계적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열풍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목조건축물은 같은 면적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수준이다. ESG 열풍은 최근 물가 및 경기 우려 속 주춤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명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고층 목조건물 건축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흐름은 어떨까? 사실 서구나 일본 등에 비하면 우리나라 고층 목조건축물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산림청 등 유관기관 주도로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지만, 해외 사례와 같이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다만 민간에서도 목재건축물에 대한 실험적 시도를 보이고 있는데, 국내 유수의 자산운용사에서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 목재 오피스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목재 오피스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기존 양식 대비 높은 건축비가 대표적이고, 고층 목조건축물이 우리 자연과 도시 환경에 적합한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고층 목조 오피스를 짓지 못할 이유도 없다. 우리 국토의 70%는 산지로 이뤄져 있고, 삼림자원 역시 풍부한 편이다. 더욱이 1,500여 년 전 조상들은 황룡사 9층 목탑이라는 고층 목조건축물을 축조했다.
우리가 살아갈 스마트 도시는 철과 유리, 콘크리트 숲의 모습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삭막한 도시 풍경 중 쉼터가 될 수 있는 목조 오피스가 조금씩 늘면서 이성과 감성이 함께하는 도시를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editor KIM D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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