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EXPERIENCE |
자율주행차, 제가 한번 타보겠습니다!
XITY No.2
2023.08.17
요즘 누가 직접 운전하니
자율주행차. 스스로 판단하고 운행하는 차량. 어느새 우리 삶에 무겁지 않게 다가오기 시작한 단어다. 금방이라도 운전할 필요 없이 도로를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전보다 높아졌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도는 1,000명 응답자 기준 약 81%에 달했다. 해외에서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소식은 연이어 나오고 있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수없이 들려온다. 아마존조차도 죽스(ZOOX)라는 자율주행 차량을 공개했다. 그만큼 자율주행에 대한 시민, 기업, 각국 정부의 관심이 높다.
자율주행 차량이 개발되면 무엇이 편할까. 당연히 직접 운전을 하지 않으니 피로감이 덜할 거고, 이동시간 동안 다른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낼 수도 있다. 또한 기술 개발 수준이 높아지면 택시나 대리기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교통 체증 감소 등 많은 이점이 있지만 단편적으로는 위의 특징에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현재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대중의 입장에서 말이다. 일단 학술적으로 자율주행 개발 단계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더욱더 완전한 형태의 자율주행이라고 보면 된다. 2단계는 2가지 이상 자동화 기능이 가능할 때, 3단계는 특정 상황에 대한 운전자 개입, 4단계는 특정 지역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현재는 3단계 정도에 머물러 있는데, 4단계 진입을 목전에 둔 실정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체감하는 정도는 어느 수준일지 궁금하다. 안전하게 믿고 탈 수 있는 정도? 아니면 손잡이나 안전벨트를 안 하면 불안한 정도? 혹은 한 번 타고 다시는 못 탈 그런 수준일까? 도대체 3단계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조차 안 된다. 그래서 가보았다.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보러.
| 사진 황필주
이번 주 자율주행 버스 타고 청와대나 가볼까
자율주행 차량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어렵지 않게 체험할 수 있었다. 청와대와 경복궁을 아우르는 코스를 자율주행 차량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것. 이제부터 자율주행 버스를 타고 서울 여행을 떠나보자.
화창한 여름, 강렬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 경복궁 앞 자율주행 셔틀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여느 버스와 비슷하게 생긴 모양새, ‘청와대 A01 자율주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옆면을 보니 서울대학교, SUM(자율주행기업), 서울특별시 로고가 눈에 띄었다. 차량 탑승에 앞서 표지판을 읽어보니 자율주행 버스는 평일에만 운행한다고 적혀 있다.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 45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점심시간(12~1시)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그 밑에 경로가 있는데, 경복궁 효자로 입구에서 출발해서 국립고궁박물관, 청와대, 춘추문, 국립민속박물관을 찍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순환형 차량이었다. 참고로 요금은 무료라고 하니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겠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차량 내부로 들어섰다. 기사님이 반갑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자율주행 차량이라고 하는데 운전기사가 있는 건가 의아하기도 했다. 대중교통 버스와 별반 다르지 않게 카드를 태그했다. 앞에 있는 사람 말로는 탑승객 파악 목적으로 찍는 것이니 금액은 안 나간다고 한다. 버스 뒤편에 자리 잡고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외관은 차이가 없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니 자율주행스러운(?) 게 차량 내부에 가득했다. 왼편에는 컴퓨터 장치가 있고, 맨 앞에는 엔지니어처럼 보이는 사람이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연구 개발 차량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잠시 후 앞쪽에 있던 한 남성이 입을 열었다.
“현재 탑승 중인 버스는 자율주행 차량입니다. 1년 동안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 시범운행 중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시면 출발하겠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지원하고 있기에 관광 혹은 시민 소통 목적으로 인원을 배치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안내를 한 남성은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한 회사의 운영팀장이었다. 그는 몇 가지 안전수칙과 기타 정보를 알려주었다.
“출발하기 전에 안전벨트는 꼭 매주시고요. 그렇지 않으면 차가 출발을 못 합니다(웃음). 6세 미만 아동도 탑승할 수 없습니다. 국가에서 정한 규칙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일반 버스하고 도대체 뭐가 달라요?
버스가 출발하고 운영팀장이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이 차량이 얼마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탑승객들이 추측해나갔다. “2억? 3억? 혹시 4억?” 정답은 이들의 예상을 모두 뛰어넘었다. 정확한 금액은 이야기할 수 없으나 그것 이상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나가는 소리로, 시범운행으로 탑승 요금이 0원이다 보니 수익을 노리고 할 만한 여건은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앞에 기사님도 타고 있는데, 자율주행 차량이 일반 버스하고 뭐가 다릅니까?” 가격뿐만이 아니다. 일단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안전관리자가 차량에 탑승해 있어야 한다. 우발적인 사고나 긴급 제어가 필요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은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운행할 수 없다고 한다. 방문에 앞서 날씨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반 대중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규정도 많다. 차량 인증은 당연하며, 도로 여건에 따라 최고 속도를 설정(A01 버스는 도로 상황에 맞춰 최고 시속 약 50km로 설정)해야 한다. 운행 및 영상 기록 장치 설치도 필수다. 그리고 운행 상태가 시스템 운전인지, 운전자 운전 모드인지를 보여주는 표시 장치도 필요하다. “많게는 하루에 200명 이상 탑승합니다. 우리는 그분들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일반 승객이 알아차리기는 어렵겠지만, 탑승객의 편리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녹아 있는 것이다.
우려는 잠시 넣어두고, 한번 타보기를
자율주행차 탑승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뛰어난 운전수보다는 불편하다고 느낄지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반 시내버스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주행 도중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직접 개입하는 경우도 있어 전반적으로 불안한 느낌도 없었다. 한 어른은 “일반 버스랑 차이가 없다. 말 안 했으면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른 젊은 커플 등 수십 명의 탑승객들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현재 많은 자율주행 업체들이 실제 주행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경복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에스유엠도 상암과 강릉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 중이며, 차종은 다르지만 이미 기술을 현실화해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 심지어 상암에서는 유상으로 운행 중이다. 그 밖에도 세종, 대구, 제주, 경기도 판교 등 많은 지역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가 포티투닷이라는 자율주행 업체를 인수하게 되면서, 더 많은 투자와 빠른 기술의 진보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탑승감도 더욱 개선될 것이다. 기술의 일상화가 머지않은 느낌이랄까. 호기심을 갖고 미래형 모빌리티에 탑승해보기를 추천한다.
청와대 자율주행 버스는 내국인, 관광객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3달 만에 1만여 명이 탑승하는 등 청와대 주변 명물이 되고 있다 | 사진 황필주
기사 전문은 <XITY>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PARK HANSA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