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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네오-어버니스트



XITY No.2

2023.08.22


| 사진 셔터스톡

사회적 문제아이면서 저항의 상징이기도 했던 20세기 초반의 보헤미안 혹은 어버니스트. 수십 년 뒤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날라리 딴따라로 예상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의 저항정신은 창조성으로 연결되어 실리콘밸리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졌다. 우리 MZ세대의 잠재력을 보고 있자면 그런 기대도 든다. 이미 K-콘텐츠의 성공을 통해 기성세대가 지니지 못한 안목과 소비력을 과시하고 있는 그들이다. 이들이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세계적인 ‘네오 어버니스트’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최근 도시에 대해 깊이 다룬 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한 번씩 나온다 하더라도 철학과 사색이 담긴 내용이라기보다는 가볍게  여행정보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느낌? 가끔 역사를 담은 내용이라 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펼쳐봤다가 실망감으로 덮은 책도 적지 않다. 하긴 미국에서는 TL(Too Long)족, 혹은 DR(Don’t Read)족이 사회적 이슈일 정도로 복잡한 것을 점점 멀리하는 시대인데, 철학이나 사색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시대 역행적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도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이후로 최근보다는 1960년대 명저들을 많이 찾아보게 된다. 이때는 정말 도시 전문가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 《역사 속의 도시(The city in history)》라는 고전으로 너무나 유명한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 뉴욕 설계에서의 격전으로 유명한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무정부주의 기반의 도시계획론을 제시했던 폴 굿맨(Paul Goodman), 도시에서의 인간 행태에 주목했던 윌리엄 화이트(William H. Whyte) 등.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이때 도시에 대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1960년대였을까? 이때는 어떤 시대적 배경이 있었기에 유례없을 정도의 도시 전문가들이, 이른바 어버니스트(urbanist)들이 쏟아져 나온 것일까?


1960년대 어버니스트의 등장, 그리고 실리콘밸리 탄생까지


20세기 초반 ‘보헤미안(Bohemian)’이라는 단어는 기득권에 저항하는 젊고 의식 있는(동시에 가난한) 지식인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였다. 보헤미안 생태의 핵심은 늘 ‘도시’에 있었다. 정확히는 도시 내 카페와 술집, 즉 산업혁명 이후 늘어난 여가시간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모여 떠드는 장소가 그 핵심이었다. 주로 젊은이들이었으니 그들이 어떤 주제를 주로 다뤘을지 뻔하지 않은가? 음악, 예술, 사랑 그리고 반사회적 정치 담론이었다. 

그런데 1960년대 들어 그들의 생태인 도시가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교외’, ‘베드타운’의 개념이 생겨나며 분산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2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자동차와 고속도로’가 있다. 보헤미안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싫어하는 기득권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들의 인문학적 로맨스를 붕괴하고 있으니 이를 가만두고 볼 수가 없었는데, 그 배경 속에서 바로 1960년대 어버니스트가 탄생하게 되었다. 

일례를 들어보자. 뉴욕 설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는 당시 뉴욕 내외부에 엄청난 고속도로와 터널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의 원활한 주행 환경과 교외 지역 개발을 추구했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동시에 스프롤(sprawl),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같은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에 반대의 기치를 내건 인물이 바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포드였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어버니스트들은 20세기 초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처럼 건축토목 기반의 공학자들이 아니라, 그 반대편의 인문학자들이 많았다. ‘천재적 사고능력’을 바탕으로 도시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지식인의 느낌이랄까? 러셀 자코비(Russell Jacoby)가 그의 명저 《마지막 지식인(The last intellectuals)》을 통해 어버니스트에 대해 “교양 있는 대중에게 헌신하는 보헤미안 지식인 계보의 마지막 세대”라고 평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어버니스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됐을까? 흔히들 생각하는 젊은 날라리 딴따라의 결말로 마무리되었을까? 아니다. 이들은 결국 도심의 분산화에 발맞춰 교외 새로운 지역에서 비트(beat)족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다음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대학교로 대거 몰려들면서 우리가 잘 아는 히피(hippie)족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졌다. 히피족은 특유의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IT에 접목하며 실리콘밸리에 모여들었으니, 결국 스티브 잡스 같은 실리콘밸리의 천재 히피들은 사실상 어버니스트의 후계자인 셈이다.



MZ세대의 저항이 네오 어버니스트로 연결되길


최근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든다. 인터넷과 SNS뿐만 아니라 앞으로 메타버스를 바탕으로 한 공간 환경, 즉 ‘가상공간’은 새로운 형태로서 사람들의 접촉 빈도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이 환경이 혹시 자동차와 고속도로로 해체되었던 어버니스트 지식인들을 다시 결집시킬, 즉 네오 어버니스트(neo-urbanist)의 탄생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지금의 MZ세대는 이런 새로운 소통 환경에 최적화된 젊은이들이니 말이다.

통상 현재 기득권은 이들의 행태에 곱지 않은 시각을 견지한다. MZ세대는 경제와 효율에 대한 지지도가 높으며, 동시에 부동산 시장과 도시 구조에 대한 불만 등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들의 반항적이라 할 수 있는 이런 행동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히피족 정의에는 1960년대 탄생한 반체제, 반자본주의, 자연 찬미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기득권 역시 히피족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득권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세상 구축, 돌아보면 히피족이 앞선 기성세대에 추구했던 바 아닌가?

그렇다면 조금 달리 생각해보자. 젊은 저항 정신이 사회에서 자유롭게 분출된다면? 이 저항 정신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지식, 기술로 연결된다면? 마치 미국의 ‘문제아’ 히피족들이 특유의 저항 정신을 창의력으로 귀결시켜 결국 실리콘밸리를 조성한 것처럼, MZ세대도 그런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K-콘텐츠의 성공을 통해 기성세대가 지니지 못한 안목과 소비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 세대다. 오히려 그들이 더욱 강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또 모여서 열띤 토론과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면 좋겠다. 물리적인 도시 공간이든, 메타버스 가상공간이든 뭐든 말이다. 이른바 ‘네오 어버니스트’의 탄생. 《XITY》는 이를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 

editor SHON JIWOO

SK증권 스마트시티추진실 실장

15년 넘게 에너지 분야 애널리스트로 활약했으며,  

2019년부터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와 사업을  직접  

이끌어오고 있다. 2015년 《오일의 공포》를 발간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장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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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네오-어버니스트


XITY No.2

2023.08.22


|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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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문제아이면서 저항의 상징이기도 했던 20세기 초반의 보헤미안 혹은 어버니스트. 수십 년 뒤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날라리 딴따라로 예상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의 저항정신은 창조성으로 연결되어 실리콘밸리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졌다. 우리 MZ세대의 잠재력을 보고 있자면 그런 기대도 든다. 이미 K-콘텐츠의 성공을 통해 기성세대가 지니지 못한 안목과 소비력을 과시하고 있는 그들이다. 이들이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세계적인 ‘네오 어버니스트’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최근 도시에 대해 깊이 다룬 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한 번씩 나온다 하더라도 철학과 사색이 담긴 내용이라기보다는 가볍게  여행정보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느낌? 가끔 역사를 담은 내용이라 해서 큰 기대를 가지고 펼쳐봤다가 실망감으로 덮은 책도 적지 않다. 하긴 미국에서는 TL(Too Long)족, 혹은 DR(Don’t Read)족이 사회적 이슈일 정도로 복잡한 것을 점점 멀리하는 시대인데, 철학이나 사색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시대 역행적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도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이후로 최근보다는 1960년대 명저들을 많이 찾아보게 된다. 이때는 정말 도시 전문가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 《역사 속의 도시(The city in history)》라는 고전으로 너무나 유명한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 뉴욕 설계에서의 격전으로 유명한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무정부주의 기반의 도시계획론을 제시했던 폴 굿맨(Paul Goodman), 도시에서의 인간 행태에 주목했던 윌리엄 화이트(William H. Whyte) 등.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이때 도시에 대한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1960년대였을까? 이때는 어떤 시대적 배경이 있었기에 유례없을 정도의 도시 전문가들이, 이른바 어버니스트(urbanist)들이 쏟아져 나온 것일까? 

 

1960년대 어버니스트의 등장, 그리고 실리콘밸리 탄생까지


20세기 초반 ‘보헤미안(Bohemian)’이라는 단어는 기득권에 저항하는 젊고 의식 있는(동시에 가난한) 지식인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였다. 보헤미안 생태의 핵심은 늘 ‘도시’에 있었다. 정확히는 도시 내 카페와 술집, 즉 산업혁명 이후 늘어난 여가시간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모여 떠드는 장소가 그 핵심이었다. 주로 젊은이들이었으니 그들이 어떤 주제를 주로 다뤘을지 뻔하지 않은가? 음악, 예술, 사랑 그리고 반사회적 정치 담론이었다. 

그런데 1960년대 들어 그들의 생태인 도시가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교외’, ‘베드타운’의 개념이 생겨나며 분산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2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자동차와 고속도로’가 있다. 보헤미안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싫어하는 기득권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들의 인문학적 로맨스를 붕괴하고 있으니 이를 가만두고 볼 수가 없었는데, 그 배경 속에서 바로 1960년대 어버니스트가 탄생하게 되었다. 

일례를 들어보자. 뉴욕 설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는 당시 뉴욕 내외부에 엄청난 고속도로와 터널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의 원활한 주행 환경과 교외 지역 개발을 추구했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동시에 스프롤(sprawl),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같은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에 반대의 기치를 내건 인물이 바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포드였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어버니스트들은 20세기 초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처럼 건축토목 기반의 공학자들이 아니라, 그 반대편의 인문학자들이 많았다. ‘천재적 사고능력’을 바탕으로 도시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뽐내는 지식인의 느낌이랄까? 러셀 자코비(Russell Jacoby)가 그의 명저 《마지막 지식인(The last intellectuals)》을 통해 어버니스트에 대해 “교양 있는 대중에게 헌신하는 보헤미안 지식인 계보의 마지막 세대”라고 평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어버니스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됐을까? 흔히들 생각하는 젊은 날라리 딴따라의 결말로 마무리되었을까? 아니다. 이들은 결국 도심의 분산화에 발맞춰 교외 새로운 지역에서 비트(beat)족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다음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대학교로 대거 몰려들면서 우리가 잘 아는 히피(hippie)족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졌다. 히피족은 특유의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IT에 접목하며 실리콘밸리에 모여들었으니, 결국 스티브 잡스 같은 실리콘밸리의 천재 히피들은 사실상 어버니스트의 후계자인 셈이다.


MZ세대의 저항이 네오 어버니스트로 연결되길


최근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든다. 인터넷과 SNS뿐만 아니라 앞으로 메타버스를 바탕으로 한 공간 환경, 즉 ‘가상공간’은 새로운 형태로서 사람들의 접촉 빈도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 이 환경이 혹시 자동차와 고속도로로 해체되었던 어버니스트 지식인들을 다시 결집시킬, 즉 네오 어버니스트(neo-urbanist)의 탄생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지금의 MZ세대는 이런 새로운 소통 환경에 최적화된 젊은이들이니 말이다.

통상 현재 기득권은 이들의 행태에 곱지 않은 시각을 견지한다. MZ세대는 경제와 효율에 대한 지지도가 높으며, 동시에 부동산 시장과 도시 구조에 대한 불만 등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들의 반항적이라 할 수 있는 이런 행동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히피족 정의에는 1960년대 탄생한 반체제, 반자본주의, 자연 찬미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기득권 역시 히피족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득권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세상 구축, 돌아보면 히피족이 앞선 기성세대에 추구했던 바 아닌가?

그렇다면 조금 달리 생각해보자. 젊은 저항 정신이 사회에서 자유롭게 분출된다면? 이 저항 정신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지식, 기술로 연결된다면? 마치 미국의 ‘문제아’ 히피족들이 특유의 저항 정신을 창의력으로 귀결시켜 결국 실리콘밸리를 조성한 것처럼, MZ세대도 그런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K-콘텐츠의 성공을 통해 기성세대가 지니지 못한 안목과 소비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 세대다. 오히려 그들이 더욱 강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또 모여서 열띤 토론과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면 좋겠다. 물리적인 도시 공간이든, 메타버스 가상공간이든 뭐든 말이다. 이른바 ‘네오 어버니스트’의 탄생. 《XITY》는 이를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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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어오고 있다. 2015년 《오일의 공포》를 발간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장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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