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과 상식, 형평의 개념을 넘어선 파격을 꿈꾸다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현재 진행형 숙제다. 시니어 세대 급증, 도시 재생과 관련한 문제 역시 예외는 아닐 터. 다만 사회 전반의 확장보다는 수축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고도 성장기에 성행했던 분양 및 공공 기여 모델이 시니어 세대의 정주성에 기여할 수 있는 한계 역시 분명하다.
그렇지만 시각을 조금 달리해보면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가령 도시재생에 따른 공공 기여의 정의를 넓혀보는 것이다. 현행 재건축 사업은 용적률 상향 등의 대가로 공공 기여를 요구한다. 공공 녹지, 임대주택 등이 대표적. 개발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사회 전반에 환원하고 적정한 주거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이 그 취지다. 다만 녹지공간 조성, 취약계층 주거 안정성 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진 이 분야를 시니어 계층 주거 안정성까지 넓혀볼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재건축 등에 따른 공공 기여 방식으로 기존 입주민의 주택 처분을 전제로 시니어 전용 민영 임대주택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입주 대상이 되는 시니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주거는 물론 보유 주택을 청산해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생활 반경을 유지하며, 신축 주거 공간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덤. 더불어 시니어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주택 처분에 따른 유동성을 등에 업은 시니어 계층을 고정 고객으로 유치하며 다양한 형태의 수익 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시니어 정주성이라는 공공성 달성에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당근으로 제시할 수는 없을까.
물론 민간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공공 기여’로 인정하자는 발칙한 아이디어는 수많은 논란의 씨앗이자 다방면의 검증이 필요한 주장이다. 유례없는 고령화와 기술 발전이라는 모순적인 현 상황에 대한 해답은 관습과 상식, 형평의 개념을 넘어선 파격에 있지 않을까 싶다. 동방원정을 떠났던 알렉산더가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단숨에 끊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