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MZ세대에게 주는 카페의 의미
요즘 이슈 중 하나가 카공족입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물론 카페 점주 입장에서는 경제성이란 문제 탓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경제, 문화 발전과 함께 ‘우리에게도 비엔나커피 사조가 등장한 건가’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성인 1명당 367잔으로 전 세계 2위이자 세계 평균 대비 2.5배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거리만 걸어봐도 한국에 이제 카페는 없어서는 안 될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채우는 존재가 공부하는 젊은이라니.
보헤미안의 향기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표면적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카공족은 대부분 혼자 앉아 있죠. 귀에는 큰 헤드셋을 끼며 타인과 단절을 대놓고 드러냅니다. 최근 몇몇 카페는 아예 1인석을 대규모로 배치해놓을 정도고요. 게다가 이들이 펴놓고 있는 것은 책이 아니라 문제집입니다. 대학생마저도 전공서적을 펼쳐놓고 있을 뿐이고요.
음악, 미술, 문학, 그리고 이를 넘어 정치, 사회에 대한 교감의 장이라는 모습은 한국 카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2022년 프랑스의 거대 통신사이자 언론기관인 AFP는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특히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문화를 대서특필한 바 있습니다. 오랜 식문화를 통해 따뜻한 커피나 차 한잔이 디저트와 여유의 의미를 지니는 유럽에서는 이런 차가운 커피 문화가 적잖이 놀라웠나 봅니다. 이들은 ‘얼죽아’가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라는 문화에서 등장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카페 문화는 ‘혼자’와 ‘빨리빨리’라는 것인데, 비엔나커피 사조를 탄생시킨 ‘같이’와 ‘토론’이라는 문화와는 너무나 결이 다른 듯해 보입니다. 서구 문화와 똑같이 가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게다가 한국의 근대 문화는 이제 50년 남짓입니다. 다른 문화의 유입도 너무 급작스러웠고요. 때문에 카페 문화로 이야기를 한정 짓는다고 할 때, 벌써부터 몇 백 년을 거친 유럽의 그것과 견줄 만한 우리만의 문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변화의 과정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많아 보이기도 하고요.
다만 그 결론이 ‘혼자’와 ‘빨리빨리’로 향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우리 젊은이들 또한 보헤미안, 비트, 히피처럼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세상 이야기를 교감하는 장소로 대한민국의 카페 문화를 발전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치 모차르트를 탄생시킨 비엔나의 카페 센트럴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