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트를 받아들여, 말아?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에서 최근 AI아트와 관련한 이슈가 있었다. 네이버 웹툰에는 ‘도전만화’라는 섹션이 있는데 이곳에 올라온 작품들 섬네일이 ‘AI 반대’로 도배가 된 것. 작가뿐 아니라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이곳에서 일반 독자까지 가세해 AI 반대 이미지를 업로드했다. 이 사건의발단은 얼마 전 네이버 웹툰에 올라온 한 작품이 생성형 AI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었다. AI로 그린 그림은 손가락이 어색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 이슈가 된 작품도 손가락 등에서 가장 큰 의심을 받았고 그 외에도 특정 등장인물이 타 웹툰의 인물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해당 작품 제작사는 이에 대해 생성형 AI를 초기 작화단계가 아닌 후보정 단계에서만 활용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타 작품의 인물과 유사성이 제기된 캐릭터는 지우겠다고 했다.
이 사건은 웹툰, 웹소설 등 창작물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AI로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 독자와 작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AI가 순수 창작물을 학습한다면 누군가의 저작권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명 웹툰 작가들의 작품은 누가 보더라도 그 작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림체가 유의미하고, 그에 파생되는 이모티콘, 굿즈, 심지어는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크다. 웹소설 역시 작가의 필체와 호흡은 팬덤을 형성케 하는 이유가 되곤 한다.
AI는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작가들의 고유 창작물을 학습해서 매우 흡사하게 작품을 찍어낸다. 웹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림을 훔쳐 간다고 표현한다. 딥러닝 등으로 언급되는 AI의 학습은 사실 학습이 아니라 도둑질이라고 인식하는 것. 심지어 AI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AI가 어느 작가의 그림이나 소설을 훔쳤다 한들, 이를 처벌할 대상이 불분명하고 작가의 저작권 보호도 쉽지않다. AI를 고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에 네이버 측은 “인간 작품만 받겠다”고 밝히며 사건 진화에 나섰고, 경쟁업체인 카카오도〈인간이 웹툰을 지배함〉이라는 게릴라 공모전을 열어 생성형 AI로 제작한 작품을 제한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외에도〈2023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스토리〉공모전,〈컴투스 글로벌 콘텐츠 문학상 2023〉, 펄어비스〈검은사막X카카오페이지 웹소설〉공모전도 모두 생성형 AI활용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분야별로 공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작품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작가들은 작품 기획부터 스토리 구성, 스케치, 채색하는 모든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가령 AI에게 채색 과정을 맡기면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기안84가 과거 한 방송에서 웹툰 작업 과정을 보여준 적이 있다. 당시 마감 시간을 맞추느라 마지막 채색 과정에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던것을 떠올리면, 작가가 스케치까지만 하고 AI가 채색을 뚝딱 해버리면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미 작가들의 업무 효율 증대를 위해 생성형 AI를 적극 도입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미지 생성 AI 플랫폼 포킷(pokeit)을 운영하는 라이언로켓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사냥개들’의 원작 웹툰 제작사인 크릭앤리버엔터테인먼트와 웹툰, 웹소설 표지 제작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라이언로켓이 개발한 배경생성, 펜 터치, 채색이 가능한 이미지 생성 AI는 작가의 캐릭터를 고정해 딥러닝하는 기술을 제공하는데, 기존 작업 방식보다 효율성을 10배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래는 캐릭터의 움직임과 동선마다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지만 AI가 캐릭터의 얼굴, 몸통, 팔다리를 통째로 사람으로 인지해 작가가 원하는 동작과 표정 등으로 캐릭터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